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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 시장은 다르다.
트럼프 정부가 의료비용 감소를 위해 바이오시밀러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고는 해도, 바이오시밀러의 진입 장벽으로 꼽히는 '리베이트'가 빠른 시일 안에 없어지기는 어려우며, 유럽과 달리 특허문제가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대체조제가 가능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 중이지만, 해당 레이블을 획득한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 시기는 최소 3년 뒤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활동하려는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들은 ▲더 많은 가격 할인을 통해 처방 유인을 높이고 ▲더 많은 프로모션과 의료진 교육 활동으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야 하며 ▲지속적으로 신속한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해야 한다. 이는 모두 가격은 낮추면서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미국의 최근 3년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보면, 2015년 9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포젠(Neupogen)의 바이오시밀러 Zarxio가 최초로 시장에 출시된 이후 란투스(Lantus) 바이오시밀러 Basaglar, 레미케이드(Remicade) 바이오시밀러 Inflectra와 Renflexis가 출시되며 본격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개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유럽에서의 성공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크게 부진했다.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에 침투하는데 분명한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럽 시장과 미국 시장의 바이오시밀러 출시 가격이 큰 차이가 없었는데도 가격 외 미국시장의 특성이 유럽과 달랐기 때문이다.
◆ 미국 시장 `특수 제도`에 대한 이해 필요 = 결국 미국 시장을 유럽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제도`다.
유럽은 정부 주도로 약가를 직접 관리해 바이오시밀러의 침투를 적극 장려한다. 반면 미국의 약가는 특수한 시장논리에 의해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결정된다.
미국은 제조사, 도매상, 보험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의약품 유통과 약가 결정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의약품을 도매상에게 넘기고 고시가격(list price, WAC: Wholesale Acquisition Cost)에 일정부분의 수수료를 뗀 값을 받는다. 소위 AMP(Average Manufacturing Price)라고 하는 것이다.
리베이트는 이와는 별도로 보험사(공보험, 사보험 포함)나 PBM(Pharmacy Benefit Manager)에게 지급되는 금액이다. 보통 보험사의 처방약 리스트에 해당 제약사의 약품을 우선 순위로 등재해주는 대가로 지급된다.
보험사 처방 리스트에 얼마나 우선순위(Tier)로 등재되는지에 따라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할인 금액이 다르기 때문에 상위에 등재될수록 처방 유인이 높아지고 이는 제조사의 매출로 이어진다. 이 밖에도 제조사들은 환자에게 직접 쿠폰을 지급해 비싼 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도 한다.
의사들은 환자가 가입한 보험사의 Formulary list를 확인해 환자의 본인 부담 금액(Copay)이 낮거나, 약사/병원이 보험사로부터 환급 받는 금액이 큰 의약품을 처방한다. 보험사는 의사의 처방 내역을 확인한 뒤 그에 맞는 보험금을 약사/병원에 지급하고 환자는 보험금과 쿠폰을 제외한 만큼을 약국이나 병원에 지급한다.
이 때 제약사 입장에서 도매상으로부터 받은 약품 값에서 각종 리베이트 및 할인을 제한 금액을 ASP(Average Sales Price)라고 한다. 이 가격이 제약사가 온전히 매출로 잡는 약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의 의약품 가격은 보험사의 커버리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PBM은 역할이 보험사, 약국, 제조사의 중간자 역할로 보험사를 대신해 제조사와 약가/리베이트를 협상하고 Formulary list를 관리해 의약품 급여의 우선순위를 정하므로, 그 영향력이 상당할 수 밖에 없는 위치이다.
미국의 건강보험은 메디케어(Medicare), 메디케이드(Medicaid)와 같은 공보험과 직장 가입자나 개인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보험으로 크게 나뉜다.
약국에서 판매가 가능하고 환자 스스로 복용 및 투여가 가능한 의약품은 Pharmacy Benefit System으로, 전문 의료진에 의해 투여되어야 하는 각종 주사(예. 정맥주사) 의약품은 Medical Benefit System으로 분류된다. PBM은 주로 Pharmacy Benefit 의약품을 관리하며 Medical Benefit 의약품은 일반 사보험이나 의료서비스를 관리하는 공보험인 Medicare Part B에 의해 관리된다.
레미케이드, 허셉틴, 리툭산 등 고가 바이오의약품은 Specialty Drugs로 분류된다. Specialty Drugs에 대한 명확한 공통된 정의는 없지만 보통 보관, 조제 및 관리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약물을 일컫는다. 의료진에 의해 투여돼야 하는 주사 제형이 대다수이지만 경구제가 포함되기도 한다.
Specialty Drugs의 30~40%는 Pharmacy Benefit에, 40~60%는 Medical Benefit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 구분은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 추세다. Pharmacy/Medical Benefit의 구분이 사실상 환자의 보험 플랜이 어떻게 의약품을 유통 받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를 정리해보면, 제약사가 바이오의약품의 처방을 높이기 위해 펼칠 수 있는 전략은 보험사의 처방 리스트 우선순위에 등재되기 위해 리베이트를 많이 지급하거나, 병원/약국이 환급 받는 금액을 키워 의사와 약사의 처방 유인을 높이는 두 가지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분석가들은 전통 오리지널 제약사보다 신규진입한 바이오시밀러 제약사가 경험 면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KTB 투자증권의 강하영 애널리스트는 "오리지널 제약사들은 오랫동안 보험사 및 병원과의 관계를 다져나가 최적의 가격을 찾는 나름의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 하지만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는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해 오리지널 제품보다도 더 많은 처방 유인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적정 가격의 균형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화이자사가 펼치는 전략은 인플렉트라(Inflectra)의 ASP를 낮추는 방식으로 리베이트 금액을 키우는 것이었다. 이 방법으로 사보험사의 50%가 인플렉트라를 커버하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위 사보험사의 등재여부다. 사보험사 Aetna는 지난 1월부터 인플렉트라를 레미케이드보다 우선으로 등재했지만, 그보다 가입자 수가 3배 이상 많은 상위 보험사는 아직까지 레미케이드를 선호하고 있다.
◆ 트럼프의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려면 '시간'이 필요 = 미국 시장은 현재 바이오시밀러 사용 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조차도, 마냥 기댈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는 제약사의 리베이트 활동을 의약품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꼽고 있다. 고시가격과 실제 가격의 차인 리베이트를 PBM 및 보험사들이 수취하면서 환자에게 이전돼야 할 가격 할인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논리이다. 또 오리지널 제약사들의 불법적인 리베이트 활동을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침투를 막는 주요 원인으로 삼기도 했다.
그렇지만 PBM은 지난 8월 자신들의 리베이트 활동과 약가 인상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제약사들이 의약품 유통 과정에서 가장 많은 이윤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Visante와 PBM이 공동연구한 보고서를 통해, PBM의 리베이트가 없는 Medicare Part B의 처방 금액 Top 10 의약품 가격은 지난 5년간 평균적으로 38% 상승했고 PBM이 커버하지만 리베이트가 없었던 Part D 의약품가격도 평균 38% 상승했다고 밝혔다.
강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빠른 시일 안에 리베이트와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에서도 리베이트를 통해 상당부분의 의약품 지출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에 후속 조치 없이 리베이트를 없애면 전체 의약품 지출이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섣불리 리베이트에 제한을 걸었다가 보험사가 수익을 방어하기 위해 리베이트 감소분을 환자에게 청구한다면 환자의 본인 부담금이 증가할 우려도 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은 리베이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보험사와 병원의 인센티브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리베이트 금액을 파악하는 수고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FDA는 바이오시밀러 및 대체 가능 의약품의 시장 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7년 1월 대체조제(Interchangeability) 초안을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이 대체조제 레이블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동등성 입증과 더불어 '오리지널-바이오시밀러-오리지널-바이오시밀러'로 3회 교차 투여하는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
이는 대체조제 자격을 획득한 바이오시밀러가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긴 해도 실제로 이 제도가 실효성을 띠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대체조제에 대한 최종 가이드라인은 내년(2019년) 5월에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대체조제 레이블을 획득했거나 초안에 맞게 개발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최종안이 확정되면 여러 개발사가 한꺼번에 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예견된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First Mover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울러 시장 진입부터 다수의 player가 경쟁하며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질 우려도 있다.
이러한 예상 시나리오를 간파한 제조사는 불리한 시장 상황에도 까다로운 임상에 따른 개발 비용을 메울 수 있는 경우에만 대체조제 가능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사항들이 제도적으로 해결되거나, 바이오시밀러 제조사가 나름의 방법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정책 측면에서 FDA와 미국 정부는 바이오시밀러에게 우호적이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방안은 없고 새로운 정책이 발의되더라도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 뻔하다.
KTB 투자증권의 강하영 애널리스트는 "바이오시밀러 제조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큰 가격할인을 통해 유인을 높이거나, 프로모션과 의료진 교육 활동으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결국 바이오시밀러 생산 원가를 최대한으로 낮춰 가격 경쟁 및 비용 지출에도 마진을 방어할 수 있는 회사가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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