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4세가 새로운 성장동력

관심종목 2018. 9. 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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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4세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선대와 다른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어 주목받는다. 신사업 발굴은 그룹 후계자가 경영 능력을 검증받기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 중 하나다. 

한국 주요 기업은 세대 교체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30~40대 젊은 나이의 후계자가 총수에 오르거나 중요한 직책을 맡는 모습이 잦아졌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권을 물려받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부 있지만 현재 등장하는 재계 3·4세 중 상당수는 비교적 준비된 경영인이다.

어렸을 때부터 까다로운 교육을 받았고 대부분이 세계 일류 대학을 졸업해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들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방법은 기업별로 조금씩 다르다. 기존 주력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신사업을 고민하는 후계자가 있는가 하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나 투자로 아예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기도 한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신사업 발굴에 활용하는 인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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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신을 살려라 

▷첨단 IT 기술 도입 선봉장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재계 후계자 중 상당수는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직책을 맡는 경우가 많다. 구본규 LS산전 전무(39)도 그중 하나다. 

LS산전은 전력과 자동화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 공장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구 전무는 LS산전 내에서도 스마트 공장 사업을 책임지는 산업자동화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산업 자동화 부문은 LS산전 여러 사업 중 전력에 이어 2번째로 매출 규모가 큰 분야다. LS산전은 수십 년간 축적해온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 공장과 같은 다양한 산업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한다. 구 전무는 미국 퍼듀대에서 MBA 과정을 거친 후 2007년 LS전선에 입사했다. 2011년 LS산전으로 자리를 옮겨 2013년 말 임원 승진한 후 산업 자동화 부문을 꾸준히 담당하고 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차남인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전략&디지털혁신 상무(33)도 그룹 내 디지털 혁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 상무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했다. 2013년 두산인프라코어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해 줄곧 전략팀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하면서 박 상무는 기존 맡았던 전략팀 업무는 물론 신사업 발굴과 디지털 혁신을 위한 조직 역량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6월부터 그룹 총수에 오른 구광모 LG그룹 회장(40)은 전공이 IT다. 미국 로체스터인스티튜트 공대를 졸업한 구 회장은 공학도로서 한때 미국 실리콘밸리 내 스타트업에 종사한 적도 있는 만큼 IT 분야에 대한 남다른 식견이 있다. 

LG그룹은 아직 구 회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미래 사업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로봇, 인공지능(AI), 전장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가 추진하는 신사업은 대부분 구 회장 손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구 회장이 신사업 추진과 관련해 별도 조직을 신설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48)은 스마트카 등 그룹 신사업 발굴을 위해 지난해 2월 전략기술본부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또 지난해 말 전략기술본부 내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통해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 발굴, AI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혁신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센터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과 함께 AI나 자율주행자동차 등 미래 혁신 기술 공동 연구와 개발을 위한 조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텔 아비브에 이어 서울에도 센터를 설립했으며 올해 말까지 중국 베이징과 독일 베를린에도 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전략기술본부와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동시에 활용해 미래 자동차 산업과 연관되면서도 성장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친환경 사업에 주목하라 

선박 개조·태양광 진출 활발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36)는 ‘친환경’에 집중해 신사업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중공업 주력 사업인 조선업은 변동성이 심하고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일감절벽에 시달리는 선박 건조 시장과 달리 선박 개조나 유지보수 시장은 환경 규제 등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은 정 부사장 주도로 2016년 선박 개조와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선박 AS 기업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설립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정 부사장이 스스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를 맡아 이끌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올 상반기 친환경 선박 개조 사업에서만 1억2000만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수주액이 무려 7배 이상 증가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해 매출 2403억원, 영업이익 564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전망도 비교적 밝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로 2019년 9월부터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설치가 의무화될 예정이다. 배기가스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는 2020년 1월 발효된다. 2020년부터 각각 연평균 5조~6조원의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와 배기가스 세정장치 시장이 형성되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태양광 분야에 10년 가까이 발을 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35) 또한 진작부터 친환경 사업에 주목한 케이스다. 최근 한화그룹은 향후 5년간 2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40%가 넘는 9조원을 태양광에 쏟을 계획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공장 확장, 발전 사업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며 “지속적인 시설·연구개발(R&D) 투자로 셀 생산 규모와 기술력 1위를 넘어 2020년에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점유율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미래 재계는 바이오 왕국? 

▷제약·바이오에 뛰어드는 후계자 

서강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이우현 OCI 사장(50)은 전공을 살려 제약과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 사장은 지난해 말 선친 이수영 전 OCI 회장이 갑작스럽게 작고하면서 OCI를 이끌고 있다. 

태양광 전문기업 OCI는 지난 5월 바이오 시장에 진출했다. 그룹 내 ‘바이오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부광약품과 50 대 50 지분 투자를 통해 ‘비앤오바이오’라는 이름의 신규 바이오 합작사를 설립했다. 

부광약품은 세계 4번째로 만성 B형간염 치료제인 레보비르(클레부딘)를 개발하고 줄기세포 전문 바이오벤처인 안트로젠을 관계사로 두고 있는 전문 제약 기업. OCI와 부광약품은 공동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신약 개발, 유망벤처 지분 투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매년 100억원 이상 공동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OCI 관계자는 “OCI가 새로운 미래 성장 분야로 제약·바이오를 선정하고 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전문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제약·바이오 시장에 진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선임매니저(29)도 일찌감치 바이오 분야에 뛰어들었다. 최 매니저는 2008년 미국 시카고대에 입학해 생물학을 전공했으며 시카고대 뇌과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이우현 사장과 마찬가지로 전공을 적극적으로 살리고 있는 셈이다. 

최 매니저는 지난해부터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에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최근 SK그룹은 미국 최대의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앰팩 파인 케미컬즈(AMPAC, 이하 앰팩)’ 지분 100%를 인수했다.

 국내 바이오·제약업계에서 수천억원 규모 해외 업체 M&A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재계 후계자가 신사업을 담당하기 시작하면서 그룹 내 부서 위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과거 재계에서 가장 힘이 센 곳은 재경본부같이 예산을 관장하는 부서였지만 최근에는 신사업 발굴 부서가 더 힘을 얻기 시작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신사업 발굴을 위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스타트업을 비롯해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는 조직을 흡수하거나 협업하는 일이 늘고 있다”며 “주요 기업에서는 원활한 M&A를 위해 IB 출신 전문가를 우대하는 일이 늘고 있으며 그룹 내에서도 신사업 관련 부서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투자를 통해서 배우는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