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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첫 투자 규모가 1억달러가 넘는 괴물 바이오텍이 많아지고 있다. 2018년도는 현재까지 8건의 괴물 바이오텍이 탄생했다. 국내에서도 비상장 단계 바이오텍이 700억원을 조달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많은 바이오텍들에 이런 소식은 먼 이야기지만 동시에 이러 괴물 바이오텍들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참 힘겨운 소식이다.
그래서 스스로 위로하는 겸해서, 혁신 신약은 수많은 우연이 겹쳐져야 하기에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그 주인공은 누구나 다 아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이다.
키트루다는 2018년 상반기에 이미 작년 한해 매출액(38억달러)에 버금가는 매출 35억달러를 달성해서 올해는 70억달러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 슈퍼스타는 미국 머크(국내에서는 MSD로 알려짐)가 2009년 인수한 셰링 플라우에서는 찬밥 신세였다. 셰링 플라우에서도 2007년 오르가논이라는 네덜란드 제약회사를 인수하면서 묻어온 것이라 관심 없어 하던 프로젝트였다.
하도 관심이 없어서 2010년 당시 이름으로 'Keytruda'를 헐값에라도 팔려고 하고 있었다. 그해 8월 당시 면역항암제 분야 선두였던 BMS에서 면역항암제로 매우 좋은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게재하였고, BMS가 2006년도 IND를 제출하고 개발하던 PD-1항체 (현재 옵디보)가 유망하다는 소문을 듣고는 머크는 총력을 기울인다.
2010년 12월에 미국 IND를 제출하였고 3개월 후 첫 임상 환자에 투여해서 2014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을 제출한다. 불과 3년 만에. 역사상 가장 큰 임상 1상인 Keynote 001(환자 1235명을 모집)을 과감하게 수행하면서. 그리고 미국에서는 개발이 앞서 있던 BMS를 제치고 2014년 9월 FDA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BMS는 12월에 허가를 받았다.
BMS도 미국의 메다렉스라는 바이오텍를 2009년 인수하면서 가져왔고 초기에는 그리 높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니 할말은 없을 것이다. 어쨌든 올해 키트루다의 매출이 옵디보 매출을 넘어서면서 명실상부한 면역항암제의 '황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황제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프로젝트의 생명을 구걸해야 했던 호동왕자와 같은 신세였다. 어떤 프로젝트가 잘되면 언론 지상에 처음부터 천재적인 아이디어에 의해 정말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잘된 것처럼 미화되지만, 혁신 신약들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 경영진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던 프로젝트들이었다.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들이 그러하였고, 최초 맞춤의약품인 유방암 항체 치료제 허셉틴도 그러하였다. 또한 면역항암제의 두 황제인 키트루다와 옵디보도 그러하였다.
열정으로 무장하고 작은 데이터들에 주의를 기울이는 '말 안 듣는 과학자들'이 과감하게 실행한 경영진과 만났을 때 우연들이 필연으로 화려하게 태어난다. 수많은 우연을 열정으로 만들어가면서 혁신 신약이라는 필연을 만들어보자. 돈은 열정을 이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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