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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브비와 로슈가 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 확보에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애브비가 보이저사의 플랫폼 기술을 도입하는 조건으로 보장한 금액은 2억4500만달러(약 2742억원)다. 로슈는 스파크테라퓨틱스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현금 43억달러(4조8117억원)를 지불했다. 

일주일새 빅파마와 유전자치료제 업체간 2건의 대형거래가 성사된 셈이다. 유전자치료제 개발기술을 향한 빅파마의 관심은 주식시장에도 반영됐다. 나스닥에 상장 중인 유전자치료제 업체 주가는 연일 상승세다. 

◆로슈, 스파크테라퓨틱스 인수...혈우병 파이프라인 확장 

25일(현지시각) 로슈는 스파크테라퓨틱스(Spark Therapeutics) 인수를 선언했다. 

스파크는 실명, 혈우병, 리소좀축적질환 등 희귀질환 분야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특화된 회사다. 2017년 말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던 선천성 실명 치료제 '럭스터나' 개발사로 잘 알려졌다. 

로슈는 스파크가 발행한 주식 100%를 현금 43억달러에 인수하게 된다. 지난 22일 스파크 주식 거래종가에 122%의 프리미엄을 더하면서 보통주 한주당 114.5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성사된 거래 중 2번째 규모에 해당하는 빅딜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유전자치료제 최대 계약금은 작년 4월 노바티스가 아벡시스를 인수하면서 지불한 87억달러였다. 

 ▲ 스파크가 개발 중인 희귀질환 파이프라인 일부(자료: 스파크테라퓨틱스)


업계는 시가총액 20억달러에 불과한 스파크가 2배 이상 몸값을 키울 수 있었던 비결로 2가지 요인을 꼽는다.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 '럭스터나'의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SPK-8011' 등 후기단계 파이프라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면서 대규모 거래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평가다. 

SPK-8011은 A형 혈우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군이다. 연내 3상임상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1, 2상임상 단계의 A형 혈우병 치료제 'SPK-8016', 3상임상 단계의 B형 혈우병 치료제 'SPK-9001' 등도 개발하고 있다.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를 블록버스터 약물로 키우려는 로슈의 R&D 플랜과도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로슈의 세버린 슈완(Severin Schwan) 최고경영자(CEO)는 "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스파크 인수를 통해 로슈에 새로운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한다. 스파크가 개발 중인 A형 혈우병 프로그램이 새로운 치료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브비, 보이저 플랫폼 기술 접목...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시동 

22일(현지시각) 애브비는 유전자치료제 개발 전문기업 보이저테라퓨틱스(Voyager Therapeutics)와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관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파킨슨병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을 표적으로 작용하는 벡터화 항체 개발과 상업화 과정에 협력하게 된다. 

보이저사는 치료용항체를 생산하도록 암호화된 유전자들을 정맥주사로 전달하는 자체 개발 플랫폼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데노관련바이러스(AAV)에 일종의 막(capsid)을 씌워 침투체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뇌-혈관장벽(BBB) 통과율을 높이고, 다량의 치료용 항체를 뇌 내부로 전달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 보이저사의 플랫폼기술(자료: 보이저테라퓨틱스)


애브비는 보이저사의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는 조건으로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6500만달러를 지급했다. 보이저가 개발한 알파-시누클레인 벡터화 항체가 전임상, 1상임상 단계에 진입할 경우 최대 2억4500만달러를 지불하게 된다. 시판허가와 매출에 따른 로열티로는 각각 7억2800만달러, 5억달러를 별도로 보장했다.

애브비의 신경과학 연구개발 부문 짐 서머스(Jim Summers) 부사장은 "보이저의 벡터화 항체 플랫폼기술은 BBB를 통과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활용 가능하다"며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질환 치료제 개발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스닥 유전자치료제 업체 주가 급증...일부 국내 기업에도 기대감 제기

로슈와 애브비의 통 큰 투자는 유전자치료제 분야 또다른 계약체결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연초 JP모건헬스케어콘퍼런스에서 제기됐던 빅파마와 바이오텍 간 거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번 거래의 당사자인 스파크와 보이저 외에도 블루버드바이오, 상가모, 모더나, 인터셉트 등 나스닥에 상장중인 유전자치료제 업체들의 주가도 껑충 뛰어올랐다. 각 기업들이 개발 중인 R&D 파이프라인에 대한 투자업계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스파크, 상가모, 블루버드바이오, 보이저 등 나스닥 상장 업체들의 최근 주가변동 추이(자료: Yahoo Finance)


바이로메드, ABL바이오 등 유전자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들의 수혜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NH투자증권 구완성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전자치료제 관련 기술에 대한 빅파마의 높아진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수혜 업체는 바이로메드와 ABL바이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로메드는 유전자치료제 기술을 접목한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VM-202의 미국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구 애널리스트는 VM-202의 임상 결과 발표시기를 올해 7월로 예상하고, "럭스터나의 뒤를 잇는 2번째 유전자치료제로 미국 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BL바이오는 이중항체 기술을 접목한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을 개발하고 있다. 알파-시누클린 단백질을 표적하고, BBB 투과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보이저사의 개발전략과 유사하다.

posted by 투자를 통해서 배우는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