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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표적 항암제 타그리소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해외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타그리소 매출이 5년 이내 60억 달러에 육박하리란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화이자의 경쟁제품(다코티닙) 개발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던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YH25448) 기술수출 성사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타그리소, EGFR 표적 1차치료제 허가…6.5조 시장 개막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선보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1년 여만에 몸값을 2배로 확대된 계기는 2차치료제에서 1차치료제로 지위가 승격되면서다. 

 ▲ 타그리소는 국내서도 1차치료제로 적응증추가를 추진하고 있다.

EGFR 표적항암제 투여 후 내성(T790M 돌연변이)이 생긴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대상으로 최초 허가를 받았던 타그리소는 올 상반기 미국(4월)과 유럽(6월)에서 EGFR 돌연변이를 동반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약제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엑손(exon) 19번 유전자에 결손이 있거나 엑손 21번 유전자에서 L858R 변이가 확인된 환자의 경우 1세대 약물인 타쎄바(엘로티닙), 이레사(게피티닙)' 등과 동일한 옵션으로 사용 가능하다.

이 같은 성과는 전 세계 30개국에서 556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FLAURA 3상임상(NEJM 2018;378:113-125) 결과에 기반한다. 타쎄바, 이레사 투여군과 타그리소 투여군을 1:1 비율로 나눠 비교한 결과 타그리소 투여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은 18.9개월 대조군(10.2개월)보다 크게 웃돌았다. 객관적반응률(77% vs. 69%)과 반응지속기간(17.6개월 vs. 9.6개월)도 대조군보다 월등히 높았고, 3등급 이상의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34% vs. 45%)은 낮았다. 

당시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의 연매출액이 지난해보다 3배 오른 3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기대감을 표했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금융기업 UBS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타그리소의 예상매출액이 58억 달러까지 높아졌다. 타그리소의 지난해 매출액(9억5500만 달러)과 비교할 때, 6배 이상 증가된 액수다. 한화로 환산할 경우 6조 5000억원에 달한다. 

USB의 잭 스카넬(Jack Scannell) 애널리스트는 "타그리소의 총 마진율이 95% 이상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가장 중요한 약물"이라며 "2023년 글로벌 매출은 58억 달러, 미국에서만 25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교적 경쟁 수위가 낮고, 유효성 및 내약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1차치료제 시장에서 68% 이상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20년 시장점유율은 95%로 내다봤다. 

화이자 다코티닙, 9월 FDA 허가 여부 결론…"부작용 관리가 관건"

타그리소가 시장에서 순항을 이어가려면 지금과 같은 독점체제가 장기간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항암제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EGFR 비소세포폐암 시장 진입을 노리는 후보군은 이미 5종에 이른다. 

미국과 유럽 허가신청을 마친 화이자의 다코티닙(dacotinib)과 3상임상 단계에 진입한 노바티스의 나자티닙(nazartinib) 외에도 중국 항저우 ACEA 파마슈티컬 리서치의 아비티닙(avitinib, 중국 2상임상)과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YH25448, 한국 2상임상), 화이자의 PF-06747775(1상임상) 등이 잠재적인 경쟁상대로 거론된다. 

 ▲ EGFR 저해제(후보)의 글로벌 현황 및 주요 임상데이터(출처: 유진투자증권)


개발 단계가 가장 빠른 다코티닙은 최근 ASCO에서 이레사보다 전체생존기간(OS)이 뛰어나다는 3상임상 결과를 선보였음에도, '2세대' 약물이란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3세대 EGFR 티로신키나아제로 분류되는 레이저티닙과 결정적으로 대비되는 대목이다. 

ARCHER 1050 연구 결과 다코티닙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은 34.1개월로 이레사(26.8개월)보다 8개월가량 앞섰다(P=0.0438). 다만 피험자 그룹에 뇌전이 환자가 포함되지 않았고 3분의 2(66%)가 부작용으로 투여용량을 낮춘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그리소 투여군 중 용량감소를 요한 환자비율이 4%에 불과했던 데 비해 다코티닙 투여군의 39%가 일일 복용량을 45mg→30mg으로, 28%가 15mg으로 감량했다. 

다코티닙의 운명은 FDA 처방약유저피법(PDUFA)에 따라 9월 중 허가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ASCO에서 2상임상 예비 결과를 공개한 노바티스의 나자티닙도 타그리소의 경쟁상대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약업계에선 이미 노바티스가 개발 중인 3세대 표적항암제의 3상임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선발주자인 타그리소를 뛰어넘을 만한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노바티스가 지속 개발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나자티닙은 ASCO 발표 데이터에서도 피험자의 25%에게서 표피발진(10%), 저칼륨혈증(5%) 등 3등급 이상반응이 확인돼, 뚜렷한 차별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2상임상 진입한 레이저티닙, 기술수출 가능성 화두로

국내에선 유한양행이 야심차게 개발 중인 레이저티닙의 기술수출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다. 레이저티닙은 올 상반기 국내 1상임상을 완료하고 2상임상에 진입했다. 3분기 중에는 FDA에 IND(임상허가신청) 제출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글로벌 3상임상을 유한양행이 직접 진행하는 것보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이 합리적이라는 조언이 많다. 글로벌 3상임상을 진행하려면 최소 700억~1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 ASCO 2018 포스터 세션에서 발표된 레이저티닙 임상 결과

실제 유한양행도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올해부터 AACR 2018(미국암학회)과 ASCO 2018에 연달아 참석하면서 본격적인 매력 어필에 나섰고, 글로벌 제약사들과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최순규 유한양행 연구소장은 공식석상에서 "유한양행 오픈이노베이션의 첫 성과물인 YH25448이 글로벌에서 시장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신약이다. JP모건 헬스케어콘퍼런스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관심을 보였고, 몇개 기업은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발언했다. 

한미약품의 올리타(올무티닙)를 통해 신약개발의 쓴 맛을 봤던 우리나라 입장에선 레이저티닙에 대한 평가가 조심스럽다. 퍼스트인클래스(계열 최초 약물)가 아니기에 선발주자인 타그리소보다 월등한 임상 데이터를 입증해야만 기술수출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은 더욱 부담으로 작용한다. 

레이저티닙은 1상임상 결과를 통해 강점을 드러냈다. 첫째, 종양반응률을 통해 살펴본 유효성이 타그리소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1상임상에서 레이저티닙을 투여받은 환자의 종양반응률은 64%, 고용량(240mg)을 투여받은 7명의 종양반응률은 86%까지 향상됐다. 1상임상 당시 반응률 51%에 그쳤던 타그리소가 3상임상에서 71%까지 향상된 반응률을 나타냈다는 점은 향후 레이저티닙의 반응률이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비록 초기 단계지만 3등급 이상 부작용 발생률이 5%로 경쟁약물 대비 현저하게 낮았다는 강점도 있다. 타그리소보다 유효성 및 피부 부작용이 우월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개발중단됐던 올리타의 경우, 지난해 유럽종양학회-아시아 대회(ESMO Asia 2017)에서 보고된 2상임상 결과 800mg 복용군의 3등급 이상 부작용 발생률이 45.1%에 달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설사(37.7%), 과각화증, 오심, 발진(25.3%) 등이 흔한 이상반응으로 보고됐고, 전체 피험자 162명 중 9명이 치료를 중단했으며, 독성표피괴사융해(TEN)를 동반한 사망이 1건이었다.

그에 비해 레이저티닙은 투여용량을 240mg까지 증량해도 부작용 발생률이 증가되지 않았다. 뇌전이 환자의 반응률이 55%로 보고돼 타그리소와 유사하게 뇌전이 환자에 대한 사용 가능성을 갖는다. 

임상전문가들도 국산 항암제 성공 기대…"글로벌 진출 노하우 쌓이길"

임상전문가들은 레이저티닙이 시장 성공을 거두려면 후기 개발전략이 탄탄하게 뒷받침돼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항암제 개발 및 상용화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기업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강진형 회장(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은 "지금까지 공개된 초기 임상 데이터에 기반할 때 약의 효능 자체는 뛰어나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싸워볼만 하다는 생각"이라며 "관건은 임상시험 개발기술"이라고 조언한다. 

강 교수에 따르면 후보물질 자체의 프로파일을 떠나 임상시험 프로토콜이나 운용, 결과 분석 등의 과정이 항암제 개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유한양행 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해본 경험이 없는 국내 제약사들에겐 결코 쉽지 않은 영역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럽의약품청(EMA)이나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항암제 허가신청부터 허가 이후 데이터 관리, 마케팅 전략 등 글로벌 진출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물론 일선 현장에서 암환자를 진료하고, 다수 임상시험을 통해 약물요법의 반응을 경험해 본 국내 암전문의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강 교수는 "퍼스트무버가 아니라 패스트팔로워기에 기술수출 계약상대와 계약조건을 정할 때도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약의 효능과 부작용이 유사하다면 어떤 방법으로 차별화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폐암 표적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임상시험을 기획하려면 다방면의 전문가들에게 귀를 열고 적극적인 개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posted by 투자를 통해서 배우는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