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은 제약사의 숙명이다. 고비용 대비 성공률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성공만 한다면 그 가치는 상당하다.
 
하지만 낮아져가는 R&D의 생산성 속에서 '신약개발 업체'들은 또다른 방안을 강구해야했다.  
 
`플랫폼 기술`은 이러한 고민 끝에 생겨난 강력한 무기다.
 
하나금융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기술이란 신약개발 과정에 적용해 다양한 후보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이다. 다시 말해,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개선하거나 효능을 높이는 등 기술적인 진화를 이뤄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을 의미한다.
 
선민정 애널리스트는 "플랫폼 기술은 기반이 되는 기술에 여러 종류의 단백질 타깃 물질을 바꿀 수 있어서 다양한 후보물질 도출이 가능하다. 신약 후보물질은 개발단계를 거치면서 실패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플랫폼 기술이 이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임상 1상의 후보물질이 최종적으로 시판허가를 받을 확률은 평균 10.4%, 임상 2상의 물질은 16.2%, 임상 3상의 물질은 50.0%의 확률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하나의 신약 후보물질이 실패했다 하더라도 '플랫폼 기술'을 보유했다면, 또 다른 후보물질 도출을 통해 또 다른 신약을 개발할 수 있어 그 만큼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 게다가 보유한 플랫폼 기술을 통해 다양한 후보물질을 개발, 기업의 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다.
 
플랫폼 기술 보유사와 그렇지 않은 기업이 임상에서 실패했을 때의 사례는 이미 증명됐다.
 
지속형 물질을 개발하고 있는 해외 기업 Versartis사와 Ascendis사는 모두 지속형 물질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텍 회사다. Versartis의 경우 지속형 성장호르몬인 Somavaratan이라는 단일물질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이고 Ascendis사는 TransCon이라는 지속형 플랫폼 기술을 통해 지속형 성장호르몬인 TransCon hGH 뿐만 아니라 TransConPTH, TransCon CNP 등 다양한 후보물질들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Versartis사는 2017년 9월 임상 3상 개발단계였던 Somavaratan의 임상이 실패하면서 주가는 하루에 80%가 빠지며 급락했다. 그 뒤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Versartis사의 주가는 전혀 회복되지 못한 채 현재 시총 약 700억원 규모의 마이크로 스몰캡 회사로 남아있다. 
 
반대로 Ascendis사는 2015년 4월 사노피로 기술이전 됐던 지속형 인슐린인 TransCon Insulin의 개발이 중단돼 반환됐으나, 사노피는 여전히 Ascendis사의 TransCon 기술과의 collaboration은 지속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주가는 크게 영향 받지 않았다.
 
이후 TransCon 기술이 접목된 TransCon hGH 지속형 성장호르몬의 임상을 단독으로 진행, 임상에서 TransCon 플랫폼 기술이 지속형 기술이라는 것이 입증되면서 주가는 고공행진했고, 현재 약 3조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의 middle급 바이오텍 회사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대표적으로 플랫폼 기술 보유 제약사로 꼽힌다. 기존 지속기간이 짧은 단백질이나 펩타이드에 접목해서 그 물질의 반감기를 늘려 약효를 지속시키고 투약편의성을 높인 랩스커버리(LAPSCOVERY, 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Platform Technology), 주사제형의 의약품을 경구용 제제로 변경할 수 있는 오라스커버리(ORASCOVERY, Oral drug discovery), 그리고 면역 항암치료와 표적 항암치료가 동시에가능한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인 펜텀바디(PENTAMBODY, Penta amino acid mutated bispecific antibody) 등이 그 예.
 
제넥신도 플랫폼 기술인 `Hybrid Fc`를 보유하고 있다. 단백질의 반감기를 지속시켜 주는 지속형 기술로, 지속형 성장호르몬 HyTropin의 경우 현재 소아 대상 임상 2상이 완료돼 내년 1분기 미 FDA에 임상 3상을 위한 IND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펩트론은 Sustained release, 즉 서방형 기술로 생분해성 고분자(예를들면 PLGA)를 캐리어로 이용해 미립구(microsphere) 형태로 제조, 약물방출을 조절하는 `SmartDepot`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레고케미스트리`라고 불리우는 신약발굴 기반기술과 화학합성에 기반을 둔 플랫폼 기술로, 안정적인 링커 제조가 가능한 ConjuALL 기술인 ADC(Antibody-Drug Conjugate)에 앞장서고 있다. 레고켐은 레고케미스트리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항생제와 항응혈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ADC 플랫폼 기술을 통해 다양한 항암제 타겟의 항체에 적용 항체-약물 결합체 후보물질들을 해외 제약사들과 공동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이밖에 항체신약을 개발하는 앱클론의 '네스트 플랫폼 기술'과 'AffiMab 플랫폼 기술', 비대흉터치료제를 개발하는 올릭스의 '비대칭 siRNA 구조기술'과 '자가전달 기술'도 대표적 국내 플랫폼 기술이다.
 
하지만 플랫폼 기술로 개발된 신약 후보물질이 최종적으로 시판 허가를 획득, 실제 판매로 이뤄진 경우는 국내에서 아직 전무하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플랫폼 기술이 몰고올 가치는 상당하다.

ADC(Antibody Drug Conjugate)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Seattle Genetics사는 2011년 8월 미 FDA로부터 림프종과 역형성큰세포림프종(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 치료제로 Adcetris(Brentuximab vedotin)가 신속승인을 획득 시판되기 시작했으며, 2017년 기준 3억 760만 달러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Seattle Genetics사의 플랫폼 기술은 상용화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과 여러 개의 파이프라인에 대해collaboration을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이와 같이 상용화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는 siRNA 플랫폼 기술 보유한 Alnylam사를 꼽을 수 있다. 올해 8월 TTR(Transthretin) 유전자가 돌연변이가 돼 일어나는 Amyloidosis(아밀로이드 단백질의 과다 생산으로 장기나 조직의 기능을 손상시킴) 치료제인 'Patisiran'이 최종 시판허가를 획득하면서 대칭형 siRNA 플랫폼 기술력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Alnylam사 역시 입증된 플랫폼 기술 보유사답게 많은 후보물질들이 글로벌사로 기술이전돼  개발되고 있다.
 
선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신약개발 회사들의 경우 산업의 특성상 개발하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들은 언제든 실패할 수 있는 리스크를 보유하고 있다. 신약 개발이라는 것이 실패의 위험성은 있지만, 그 위험성이 다른 파이프라인에 의해 분산이 되거나, 파이프라인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가진 회사라면 실패의 리스크가 다소 경감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에 대해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투자를 통해서 배우는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