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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대, 기업가정신으로 `후끈` 
"기업을 만든 의학자가 사회에 더 큰 공헌할 수도"
바이로메드 김선영 대표 서울의대 강연


"과학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반드시 하나일 필요는 없습니다." (김선영 바이로메드 대표)

지난 22일 서울 혜화동에는 토요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꽉 메운 서울의대생들이 '창업 또한 훌륭한 과학자로 가는 길이라 생각한다'는 학자 출신 기업가들의 강연에 박수를 보냈다. 서울대 의과대학 양윤선홀에서 열린 ’SNU Medical Dream of Nobel Prize andStart-up 2018' 심포지엄에 코스닥 상장 바이오회사인 '바이로메드' 김선영 대표(전 서울대 의대교수)는 강연 마이크를 잡고 '의대생들도 기업가의 꿈을 꾸자'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의학 연구로 노벨상을 받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들이 가진 가설을 검증해 더 큰 시장에 진출하여 한국의 경제를 살찌우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공동체를 위해서는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아직 창업의 길을 몰랐던 의대생들이 있다면 창업에 눈을 떠 보라는 요청이었다. 정연호 메디톡스 대표는 아울러 "창업에 뜻을 품은 의대생이라면 더 그 꿈을 키워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선영 대표와 정연호 대표는 각기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의학과 생물학을 연구한 학자들이었지만 창업 이후 기업을 상장시킨 뒤 각자 세운 가설들을 임상실험을 통해 검증해 나가고 있다. 특히 바이로메드(코스닥 상장)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현재 미국에서 3상을 진행 중인데, 만일 임상에서 최종적으로 성공한다면 (물론 실패할 수도 있지만) 미국 시장 진출 5년 뒤부터 연간 11조~15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뷰포인트(viewpoint)사가 예측할 정도로 성공시 얻을 수 있는 국부가 폭발적이다.

김선영 바이로메드 대표가 22일 서울대의대에서 의과대학과 기업가정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창업은 세상에 다가가는 과정

김선영 대표는 의대생들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과학을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창업입니다. 과학이 무엇입니까. 가설을 검증하는 것 아닙니까. 창업 또한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가설에서 시작한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 '구글'을 창업한 스탠퍼드 대학원생 두 사람은 이미 시중에 나와있는 300여 가지의 검색엔진들이 '별로'라고 생각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두 사람은 자신들만의 '가설'을 세웠다. 마치 동료 학자들에게 많이 인용된 논문을 찾으면 내가 원하는 내용을 찾기가 쉽듯이, 어떤 웹페이지가 인용된 데이터를 정량화하여 찾을 수 있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페이지를 빨리 알려 줄 수 있지 않을까. 이 가설이 세상에 알려지자 실리콘밸리에 있던 투자자들이 웅성웅성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래 이 두 청년들의 문제의식은 말이 돼. 이 사회를 위해 큰 일을 해 낼 수 있을 거야. 무엇보다 이 가설을 잘 증명해 내기만 하면 두 청년이 세운 회사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

'클라이너퍼킨스', '세콰이어캐피탈'처럼 구글에 동의한 투자자들도 있었고, '플러그앤플레이'처럼 구글 창업자들에게 사무실을 제공해 줬지만 그 진가는 정작 몰랐던 투자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래리와 세르게이 두 사람의 가설은 옳은 것으로 판명이 나고 있다. 구글의 사례 뿐만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 생태계 종사자들이 '스타트업이란 인류가 갖고 있는 거대한 문제를 풀기 위한 가설검증의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연구만 하다보면 세상과 동떨어집니다. 학술지에 많은 논문들을 등재시켜도 정작 밖에 나오면 그 사람이 어떤 연구를 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좋은 논문이 반드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의학적 문제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 해결된 것보다는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아직 많다. 위대한 과학자들은 이런 큰 문제들을 포착해 왔다. 인류에게 절박한 문제일수록 해법을 제시한다면 그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논문의 질(Quality)과 가치(Value)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김 대표는 이제까지 대학이 연구의 가치보다 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왔음을 비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연구 중심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우수한 인재들과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능력이 숨쉬고 있고 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 논문실적을 위해 뛰는 것보다, 보다 절박하고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더욱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은 그렇지 않다"며 "미국에서 바이오 창업의 절반은 교수들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교수들이 창업을 통해 블록버스터 급의 치료제들을 만들어 내고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 '랩'에서 '잡'이 나온다

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경제효과는 고용, 즉 일자리 창출이다. 보톡스 주사를 맞을 때 사용되는 보톨리눔 독소를 이용한 바이오 의약품을 제조하는 메디톡스는 2년 전만 하더라도 인원수가 300명이 조금 넘었다. 그런데 올해 500명에 달하는 직원을 채용할 만큼 급격히 일자리를 늘려 나가고 있다. 그런데 청년 일자리 안정을 위해 신입사원-인턴사원을 활발히 채용하고 있고,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적극적이라 최근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2018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에 뽑히기도 했다. 평균연봉이 5000만원이 넘어 충청권에서는 우량 직장으로 알려져 있다. 정연호 대표는 "많은 투자자들이 (메디톡스의) 이익률이 매우 높은 것을 매력적으로 생각하시지만, 지금 계획으로는 많은 투자들을 늘려야 할 것 같아서 전과 같은 이익률을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 기반의 창업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있어서 큰 효과가 최근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06년부터 정부는 각종 공공연구소에서 창출된 지적재산권들을 사업화하기 위해 '연구소기업'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2011년 이후 고용 실적이 빠르세 상승하고 있다. 2011년 전국 연구소기업에서 고용된 인원은 310명에 불과했지만 2017년말 기준으로는 2000명이 넘었다. 연구소기업이 고용한 인원들이 연평균 100% 이상 성장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실험실에서 시작한 스타트업들은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0년까지 혁신형 기술창업을 한 기업의 평균 고용 규모는 9.5명으로 일반적 창업 기업의 평균치인 2.85명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기업의 생존율 또한 80% 이상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식당, 치킨집 등 일반 창업의 경우 생존율이 27%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연구를 기반으로 창업을 한 경우 종업원 증가가 매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과학기술정통부>

의과대학에서 연구를 진행하다가 창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훌륭한 '애국'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찬수 서울대의대 학장은 "서울대의대는 '연구하는 의사'를 양성하는게 가장 중요한 미션인데 앞으로는 연구결과가 논문발표로 그치지 말고 실용화 사업화로 이어져 고부가가치가 만들어져 국가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학생때부터 꿈을 키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 심포지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창업을 만만하게 보아선 안된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의대생들에게 창업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짚어봐야 할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들이 제시됐다. 정연호 메디톡스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명백한 동기를 갖고 시작하라"고 말했다. 2000년 그가 창업할 당시에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연구자들에게 창업을 하지 않으면 R&D자금을 주지 않던 시절이었다. 대부분 동기가 명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정 대표는 등뒤에 꽂힌 이 말 한마디가 아직도 가시처럼 박혀있다. '쟤도 연구비 받으려고 창업하는거야.' 정 대표는 남들과 다른 동기를 갖고 있었지만, 이 말 한마디 때문에라도 더 죽어라 자신이 갖고 있던 본질적 목표에 집중하려 했다. 그 결과가 큰 차이를 낳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없이 섣불리 창업하려 해선 안된다'는 조언이다.

둘째, 정 대표는 반드시 시장에 통하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은 터프하고, 나는 럭키했다"고 말했다. 성공적 바이오벤처 기업을 이끌고 있지만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는 "시장에 먹히는 제품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마인드"라고 말했다.

셋째, 창업에는 책임감이 따른다.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 투자를 해 준 주주들에 대한 걱정 등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자들과 올바른 의사소통을 해 두는 것이 좋다. 김선영 바이로메드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미국에서 3상을 앞두고 있는데 실패할 경우에 대한 부담감은 어떻게 극복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연구자와 경영자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다만 안되는 것을 되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뜻) 이런 사정을 투명하게 투자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고, 그 분들도 대략 10개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1~2개 정도가 성공하기를 기대하시는 경우들이 많다. 또한 이번 3상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주주분들을 위해 다른 무언가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토요일 오전부터 시작된 심포지엄을 바라보는 의대생들의 열기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혜화동을 데웠다.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서울의대 내에서의 창업열기가 확산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posted by 투자를 통해서 배우는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