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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업신문]질병 치료제 개발의 혁신: 유전자를 직접 공략하라

우리 몸은 수많은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포 하나하나에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을 들어다 보는 학문 중의 하나가 분자생물학이다. 분자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포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움직임들은 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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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수많은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포 하나하나에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을 들어다 보는 학문 중의 하나가 분자생물학이다. 분자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포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움직임들은 센트랄 도그마(central dogma)라는 말로 압축되어 설명할 수 있다.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란 비유하자면 공장에서 설계도면부터 출발해서 실제로 제품을 생산해내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세포를 공장이라 하자. 디옥시 리보핵산 (DNA)으로 구성된 유전자가 설계도면이라면 이 설계도면 중 생산에 필요한 부분을 메신저 리보핵산 (m-RNA)으로 읽고(transcription) 이렇게 읽혀진 도면을 이용하여 마지막으로 생명현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단백질(protein)을 생산한다(translation).

 

여기서 센트랄 도그마에 대해 길게 설명하는 까닭은 이 이야기를 마음에 담고 보면 우리가 질병 치료를 위해 노릴 수 있는 목표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약물 즉 저분자 화합물 신약은(small molecule drug)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함으로써 목표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현재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항체신약 (antibody therapy)들도 대부분 단백질을 제어하여 세포 내 대사과정에 개입함으로써 의학적인 효과를 얻는다. 즉 공장에서 완성된 제품에 수정을 가하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치료제는 메신저 RNA (m-RNA) 또는 pre-mRNA (splicing 이전 단계), 더 나아가서는  DNA 자체를 공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시 위의 공장의 비유로 돌아가면 아예 설계도면이나 설계도면을 읽고 전달하는 과정을 고침으로써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방법은 특히 기존의 방법으로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던 질병분야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던져주기에 많은 주의를 기울일 가치가 있다.

 

지난 몇 년은 여러모로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분야로서는 이정표가 되는 시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보면 당연하다 여겨지겠지만, 안티센스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antisense oligonucleotide)를 이용하여 왓슨-크릭방식의 상보적인 염기들의 결합을 통해서 m-RNA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1977년 Bruce M. Peterson 박사, 1978년에 Paul C. Zamecnik 박사에 의해 발표되었다.

 

그 후, 지난 40여년 끈질긴 연구와 개발 끝에 드디어 환자의 입장에서 기적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그리고 또한 상업적인 성공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는 치료제가 FDA에서 승인되어서 시판되기 시작했다. 이 중 SPINRAZA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그 전에도 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영향력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면이 있는 반면, SPINRAZA라 불리는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는 그 효과가 학회에서 비디오로 발표되었을 때 모두들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을 만한 결과를 보여주었고, 그 해 겨울 승인되어 2017년부터 환자들에게 공급되었다.

 

또 다른 예로는, 1998년 Andrew Z. Fire 박사와 Carig C. Mello 박사에 의해 발표된 RNA간섭현상(RNA interference,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을 이용하여, 이후 20년 만에 희귀 질환인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매개성 아밀로이드증 (hATTR)에 의해 나타난 말초신경병증을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 치료제는 작년 2018년에 ONPATTRO라는 이름으로 승인, 시판되어 현재 이러한 희귀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러한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를 이용한 치료법들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기본 기술들을 정리해 보자면, 위에서 두 가지 예를 들었듯이 현재 임상실험을 마치고 상용화된 기술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안티센스(antisense oligonucleotide) 라는 방법을 적용해서 single stranded oligonucleotide를 사용하여 m-RNA를 타깃하는 방법, 그 중에서도 m-RNA와 상보적인 결합을 하여  RNA-DNA heteroduplex를 만들어 RNaseH 라는 가수분해 효소에 의해서 절단되도록 하는 방법, 혹은 pre-mRNA와 상보적인 결합을 통해 steric block 을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해 alternative splicing으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법 등이다.

 

둘째, RNA간섭(RNAi) 현상을 사용하는 것으로서 double stranded RNA를 사용해서 RISC(RNA induced silencing complex)를 구성해 타깃하는 유전자를 절단해 단백질의 생성을 방해하는 방법이다.  IONIS와 ALNYLAM, 이 두 회사들이 여기에 설명한 각각의 기술들을 보유하고 현재 해당 분야를 이끌고 있는데, 이들은 위에서 소개한 약물 외에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다수의 후보 물질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많은 약물들이 마지막 임상시험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조만간 더 많은 승인 소식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를 이용한 치료법이 항상 만능이거나 장미빛 미래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강력하나 인체에 안전한 치료법이 되기 위해서는 사실 목표한 부위에 치료제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어야 하고 동시에 잠재적인 독성과 부작용이 해소되어야 한다. 인위적인 방법으로 생체내로 전달된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들은 여러가지 핵산 분해효소들에 (exo/endo nucleases) 의해서 잘려 나가게 되고 이는 당연히 약물전달에 큰 방해가 된다. 혹시라도 분해 효소의 공격을 피했다고 하더라도 이번에는 이런 물질들이 인체에 미치는 여러 독성들, 혹은 면역체계를 자극하여 생기는 부작용 등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런 여러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과정은 지난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할 만큼 어렵고도 힘든 과정이었고, 특히 인체에 투입된 물질들이 원하는 조직이나 장기로 전달되는 과정 또한 약물을 개발하는 과정 그 자체만큼이나 어려운 도전이었다. 그러나 원래 장애물이란 통과하는 데 의미가 있는 법.

 

위에 서술한 장애물들은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에서 핵산과 핵산을 연결해주는 포스포다이에스터 결합(phosphodiester)에서 산소를 황으로 치환하여 phosphorothioate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인체 내에서의 지속 시간을 늘리고, 리보핵산의 2’ 탄소의 치환기를 바꾸는 방법, 혹은 리보핵산의  라이보스(ribose) 자체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방법, 때로는 염기 자체에 대한 변형 등 여러가지 전략들을 사용해서 극복하며 진행되어 왔다. 최근에는 phosphorothioate backbone 자체에서 유래된 광학적 이성질체(optical isomers) 혼합물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이 외에도 효과적인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기반의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풀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먼저 유전자 해독을 통해 알게 된 수많은 유전정보들 중에서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들을 정확하게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유전자들의 염기 서열 중에서 어느 곳을 목표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 예측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또한, 목표 유전자 결함을 찾아낸 후 치료법을 개발할 때 약효를 높이고 독성을 줄이기 위해서 위에서 언급한 전략 중 어떤 것들을 선택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화학자, 생물학자, PK/PD 전문가, 올리고 뉴클레이오타이드 합성전문가, 빅 데이터 전문가 등등의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조화를 이루며 연구를 할 때 목표로 하는 물질, 즉 효능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물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다루진 못했지만, 우리의 시야를 조금 더 확장해 보면 요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새로운 기술도 보인다. 예를 들어 직접 m-RNA를 투입하여 필요한 단백질을 인체 내에서 합성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나, 혹은 CRISPR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DNA 단계에서 유전자 편집을 통해서 질병을 극복하는 방법들이다.  

 

이런 기술들도 넓은 의미에서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분야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이런 최신의 기술들은 캠브리지, 보스턴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살린 대학,  거대 제약사, 바이오텍, 벤처 캐피탈 생태계에서 자본과 만나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중이다.  MODERNA, EDITAS, CRISPR Therapeutics 등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이들 대부분의 회사가 캠브리지에서 시작되었거나, 혹은 다른 곳에서의 연구결과로 시작되었다 할지라고 대부분 이곳에 연구소를 세우고서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여러 바이오텍에서도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그간 각고의 노력으로 이미 미국FDA의 임상실험에 진입하였거나 진입하려고 하는 후보 물질들이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예를들어 OLIPASS에서는 phosphodiester backbone 대신에 PNA(Peptide Nucleic Acid)를 사용하여 염기들의 강력한 상보적 결합을 이루는 동시에 backbone 의 음전하를 제거함으로써 약물의 안정성과 전달을 개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OLIX는 약물의 전달 방법을 개선하고 동시에 비대칭 RNA간섭(cp-asiRNA) 현상을 이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등 참으로 고무적인 소식이 많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못지않은 여러가지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노력, 혁신 신약 살롱과 같은 환경을 통해서 한국의 제약, 바이오텍의 여러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정보와 의견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돕고 있다는 소식 등 몇 년 전까지 만에도 상상도 못했던 여러 기쁜 소식들을 접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이미 한국에서 연구하여 FDA 승인을 받은 혁신 신약들도 있지만 앞으로도 임상적으로 그리고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신약의 승인 소식들이 더 많이 들리길 바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언젠가는 한국에서 이루어진 기초 과학연구가 마중물이 되어 세계를 놀라게 할 글로벌 신약이 출시되고 질병에 신음하는 많은 환자들을 구할 그날이 꼭 오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posted by 투자를 통해서 배우는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