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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감시 강화 등으로 정보공개 제도 동시 가동
내년 10월부터 임상시험 진행 현황과 결과도 모두 공개하는 ‘임상시험 정보 등록제도’가 시행된다. 금융당국의 공시정보 확대와 투자정보 감시강화와 함께 제약기업의 정보 공개를 강화하는 3종의 제도가 동시 가동된다. 일부 제약기업과 연구자들은 과도한 정보 공개 정책에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내년 10월부터 임상정보 등록제도 시행...진행현황·결과 등 공개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임상시험 정보 등록제도 시행 등을 담은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이 지난달 25일 개정·공포됐다. 내년 10월25일 시행 예정이다. 지난해 9월15일 입법 예고한지 1년여만에 시행이 결정됐다.

임상시험 정보 등록제도는 임상시험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임상시험 진행단계를 제출하고, 식약처는 해당 정보를 공개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임상시험계획승인을 받은 자는 식약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임상시험계획서에 포함된 임상시험계획서, 최초 및 최종 시험대상자 등록 현황, 최종 시험대상자 관찰 종료 현황, 임상시험 실시상황, 임상시험 결과 등을 제출·등록해야 한다. 식약처는 제약기업이나 연구자가 제출한 임상시험 실시상황 정보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한다.

임상시험 정보의 공개 범위를 대폭 확대해 환자들의 임상시험 접근성을 높이고, 임상시험의 부정적인 결과 비공개 방지 등을 통해 임상시험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한국판 ‘국제 임상시험 등록사이트(ClinicalTrials)'를 도입하는 셈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미국과 유럽과는 달리 임상시험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돼 ‘깜깜이 임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국내 임상시험 정보 공개 현황을 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상시험 계획 정보의 일부만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임상시험 제목, 신청자, 승인일자, 진행현황, 시험약 제품명, 대조약 유무, 위약 유무, 대상질환명, 다국가/국내, 시험단계, 성별, 대상자 수, 기간, 실시기관명, 기관 주소 등이 공개항목이다. 

 ▲ 국내외 임상시험 정보 공개 현황 비교(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그러나 임상시험 실시상황이나 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임상시험 과제별로 진행현황을 ‘Not yet recruiting'(임상참여자를 아직 모집하지 않음), 'Recruiting'(임상참여자 모집 중), 'Suspended'(환자모집보류), 'Terminated'(임상시험 조기 중단) 등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에서의 공개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제 3자 입장에선 임상시험 계획의 승인 이외의 정보를 직접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기업들이 회사에 유리한 정보만 공개한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기업들은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은 이후 투약 개시, 임상시험 종료 등 긍정적인 뉴스를 자발적으로 공개하기도 하지만 임상중단이나 임상실패와 같은 부정적인 정보를 자율적으로 노출하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제도가 시행되면 임상시험계획서는 최초 시험대상자 선정 전에 제출해야 하고 최종 시험대상자 관찰 종료 현황은 임상 종료 후 20일 이내에 등록해야 한다. 임상시험이 시작된 이후 매년 실시상황을 다음해 3월말까지 공개해야 하고 임상시험 결과는 최종 시험대상자 관찰 종료 후 1년 이내에 제출·등록해야 하도록 명시했다.

이에 따라 제3자 입장에선 임상 진행 현황 뿐만 아니라 임상 완료 이후 일정 기한내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임상중단 정보도 실시간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 등을 거쳐 내년 10월 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정보공개·감시 강화 천명...고강도 압박 동시 가동

임상시험 정보 등록제도가 시행되면 금융감독의 감시 강화와 함께 제약기업의 정보공개를 압박하는 고강도 정책이 동시에 가동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2017년 제약·바이오기업의 사업보고서 점검 결과 신약개발 등 중요 정보 및 위험에 대한 공시내용이 불충분해 공시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연구부서의 조직도 등을 기재하고 있으나 핵심 연구인력 등 연구능력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공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약개발의 진행단계는 비교적 상세히 기재하고 있으나 기재방식이 정형화돼 있지 않아 회사간 비교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사업보고서 주요 항목에 대한 모범사례를 제시하면서 3분기 보고서부터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통일된 양식으로 가급적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도록 독려했다.

 ▲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라이선스아웃 계약 정보 공개 모범사례

금감원에 제시한 모범사례 항목은 라이선스아웃 계약, 연구개발 담당조직, 연구개발비용, 연구개발 실적 등이다.

라이선스아웃 계약의 경우 계약내용 뿐만 아니라 반환의무 없는 수취금액, 계약조건, 회계처리방법, 개발 진행경과 등을 상세히 기재하도록 권고했다.

연구개발 담당조직은 조직의 구성, 각 조직별 업무내용, 인력의 구성과 특징 등에 대한 설명도 기재해야 한다. 핵심 연구인력들의 주요경력, 연구실적 등 연구개발 능력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내용도 공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 핵심인력이 수행한 논문, 연구보고서, 학술지 발표, 학술대회 주제 발표 등의 내역을 기재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개발 진행 현황과 향후계획도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금감원은 권고했다. 연구개발 과제별로 진행단계, 임상국가, 연구 시작일, 승인일 등이 공개 대상이다. 특히 금감원은 임상시험 중단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는 견해다.

금융위원회와 식약처는 지난 9월 바이오·제약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자본시장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호간 정보를 교환하는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제약·바이오기업이 투자자가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R&D 정보를 발표하면 금융당국이 식약처에 의뢰에 해당 정보를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와 식약처가 정보교환 담당자를 각각 지정해 상시 교류를 통해 직접 질의와 회신을 하는 방식으로 주식 시장에 통된 R&D 정보의 교차검증을 실시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고강도 정보공개 압박으로 임상시험 관련 부정적인 정보를 관행은 개선될 것으로 관측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에 제출한 임상시험 중단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의약품 임상시험을 조기 종료했다고 보고한 건수는 총 166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은 임상시험 계획은 총 2230건 대비 임상시험 중단 보고 건수의 비율이 7.4%에 불과했다.

제약사나 바이오기업들이 중도에 포기한 임상시험을 모두 정부에 보고했다면 국내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의 성공률이 90%를 웃돈다는 가설이 성립한다. 하지만 통상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성공률에 10% 안팎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임상시험에 실패하고도 보고하지 않은 사례가 많을 것이란 의심이 제기된다. 

금감원이 지난 8월 공시정보 공개 확대 방침을 발표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임상실패 및 개발 중단의 경우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보공개 강화 기조로 연구 위축과 기밀 유출 등을 이유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복잡한 정보등록 절차를 이유로 연구자들이 연구활동을 주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바이오기업 한 관계자는 "투자자와 환자들에 가급적 많은 임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는 찬성한다”면서도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이 없는데도 부정적인 정보의 왜곡된 전달로 주식시장 등에서 혼선이 일어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posted by 투자를 통해서 배우는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