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입니다. 정부의 강력한 경제 활성화 정책을 기대했는데... 참..어렵습니다. 


==========================================================


서양속담에 "악마는 가장 약한 자부터 잡아 먹는다"는 말이 있다.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정책과 주52시간 정책은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고 싶어했고 '부자 아빠'를 목표로 했지만 현실은 '시간 많은 가난한 아빠'로 만들어 가고 있다. 외식업체가 문닫고 동네 고기집이 줄줄이 문닫는 이유는 사회의 가장 약한 계층 아빠들의 지갑이 가벼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문제없다는 발표로 일관한다. 공자는 사람이 태어나 말 배우는 데는 2년 걸리나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 말했다. 이에 경청이 어렵다. "말을 너무 많이 한다"는 비난은 있지만 "너무 많이 듣는다"는 비난은 없다. 한국의 경제정책, 정책의도는 좋았지만 문제는 경청(傾聽)이다. 남의 말을 듣는다는 한자, "청(聽)"자를 보면 글자 안에 귀와 눈과 마음이라는 글자가 모두 들어 있다. 왕으로 대하듯이(耳+王) 듣고, 열 개 눈으로 집중하고(十目) 마음을 다해서 들으라는(一心) 것이다.



간담회, 청문회에서 민심을 들으려고는 않고 정책홍보만 잔뜩 늘어 놓고 시간됐다고 바쁘다고 자리 뜨는 정부와 정치인을 국민이 믿고 따를까? 역대 급의 청년실업률, 난리가 난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에 귀 막고 눈 감고 전 정권 탓하면서 '내로남불'하고 있으면 민심도 떠난다.



시간 많은 가난한 아빠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 지혜는 지식의 기본 위에 시간의 숙성과 경험의 축적이 있어야 나오는 것이다. 경제정책은 작은 생선 굽듯이 조심스럽게 다루고, 지혜롭게 실시해야지 한 방향으로 몰아 간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나 경제나 모두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좋은 정책은 학자의 문제의식과 장사꾼의 감각이 합쳐졌을 때 나온다. 학자와 변호사는 기업에 훈수를 둘 수는 있지만 기업경영을 해 본 경험이 없다. 현실은 이론보다 몇 십 배 강하다. 이론처럼 된다면 하버드 경영대교수는 재벌이 돼야 한다. 어제는 오늘과 다르고 내일은 오늘과 또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이론의 무장은 기본이고, 현실적인 응용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실사구시(實事求是)가 중요하다.



경험이 최고의 선생님이다. 한국의 경제정책, 문제가 있다면 정책 수정도 해야지만 중요한 것은 학자의 지식과 기업인들의 경험을 버무려야 한다. 필드감각이 떨어지는 것은 필드에 있는 사람을 집어 넣으면 된다. 경제는 삶이고, 삶은 결국 민심이다. 정치의 목표는 특정집단의 이념추구와 실현이 아니라 부민부국(富民富國)이어야 한다.



학자 지식과 기업인 경험 버무려야



 나라가 부강해지려면 국민이 부유해지면 된다. 정치와 경제는 따로 노는 것이 아니다. 경제가 잘못되면 정치가 통째로 날아간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전복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5천만 인구의 5만분의 1도 안 되는 샘플의 여론조사 숫자에 목을 매면 안 된다. 일전일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 보고 길게 승부해야 한다.



한반도 주변정세가 복잡하고 어렵다. 한국경제는 지금 세계평균을 하회하는 저성장 국면의 지속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화자찬 일색이다. 부동산정책, 소득양극화 대책, 실업정책, 자영업자대책 등에서 곰삭은 깊이 있는 정책은 안보이고 급조한 냄새가 나는 미봉책이 넘친다. 나라를 끌고 가는 리더들이라면 가뭄에 배를 준비하고, 홍수에 수레를 준비하는 혜안을 보여 주어야 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posted by 투자를 통해서 배우는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