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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 규모·비중서 한미·동아 등 고순도 기술이전...글로벌 빅딜 계약금 최대 20% 상회
통상적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의약품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할 때 상업화 단계 도달시 받을 수 있는 전체 계약 규모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올무티닙’이나 동아에스티의 ‘에보글립틴’의 사례처럼 권리가 반환되면 애초에 발표된 계약 규모가 기술 수출의 가치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기술이전이나 수출 계약의 가치를 살펴보려면 기술을 넘긴 업체가 받기로 확정한 계약금 규모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한, 2400억 규모 기술이전 체결...계약금 비중은 0.3%
29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 26일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와 퇴행성디스크질환치료제 'YH14618'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2억1815만달러(약 2400억원)로 계약금은 65만달러, 개발·허가 및 매출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은 2억1750만달러다.
이 계약의 특징은 유한양행이 수령키로 확정된 계약금 규모가 전체 계약 규모의 0.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YH14618'이 후속 개발단계에 진입하지 못하면 계약금 65만달러가 유일한 기술료 수익으로 끝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YH14618'이 개발이 중단된 약물이라는 점이 낮은 계약금 비중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유한양행은 YH14618의 임상 2a상에서 성공했지만 임상2b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2016년 10월 임상중단을 결정했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계약금이 마일스톤의 0.3%에 불과한 65만 달러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국내 임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기에, 스파인 바이오파마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마일스톤 지급을 개발 후기에 높게 설정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YH14618'의 기술이전은 계약금 규모가 크지 않지만 개발을 중단한 신약 후보물질의 상업화 가능성을 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계약으로 평가된다.
총 계약규모, 권리반환 등 변수에 가치 왜곡 우려
의약품 기술이전 계약을 평가할 때 계약금을 유심히 봐야한다는 교훈을 준 대표적인 사례는 한미약품의 올무티닙 권리 반환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3월 베링거인겔하임과 항암제 ‘올무티닙’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5000만달러를 포함해 총 6억9000만달러다.
하지만 1년 6개월만인 2016년 9월 올무티닙의 권리가 반환됐다. 한미약품이 올무티닙의 기술수출로 받은 금액은 계약금 5000만달러와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1500만달러 등 총 6500만달러로 최종 집계됐다. 애초 발표 당시 계약 규모보다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의약품의 기술이전 이후 다양한 사유로 개발이 중단되거나 권리가 반환되는 것은 다반사다. 성공보다 훨씬 높은 실패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동아에스티는 2016년 4월 토비라테라퓨틱스에 당뇨치료제 ‘에보글립틴’을 비알코올성지방간염치료제 개발을 위해 넘기는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포함해 총 6150만달러에 달했지만 이듬해 11월 권리가 반환되면서 동아에스티가 수령한 금액은 전체 계약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물론 애초에 받은 계약금을 되돌려주는 경우도 있다.
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사노피와 총 39억 유로 규모의 퀀텀프로젝트(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4억 유로(약 5000억원)다.
하지만 2016년 말 지속형인슐린의 권리 반환 등을 담은 계약 내용 수정으로 한미약품은 1억 9600만 유로를 사노피에 되돌려줬다. 당초 한미약품은 사노피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할 때 반영한 최대 2억 유로의 계약 종료(터미네이션) 조항이 발동된 것이다. 사노피와의 계약 규모는 반환 금액 1억9600만 유로와 마일스톤 축소 금액 7억8000만 유로를 제외하면 나머지 2개 제품이 모두 상업화에 성공하면 총 28억2400만 유로로 줄었다.
코오롱생명과학도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기술수출로 미츠비시타나베제약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25만엔을 돌려줄 위기에 처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6년 11월 미츠비시타나베와 인보사의 일본 시장에 대한 독점적 개발 및 판매 권리를 넘기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25억엔이며 인보사의 일본내 개발,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기술수출료는 총 432억엔을 받는 조건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수령한 계약금 25억엔은 계약 당시 미환불조건이라고 발표됐다. 하지만 2017년 말 미츠비시가 계약 위반을 이유로 계약 취소와 계약금 반환을 통보하면서 현재 중재절차가 진행 중이다.
계약금 규모 분석 결과 한미·동아 등 고순도...초기 단계일수록 계약금 비중↓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요 기술수출 계약서 전체 계약 규모가 아닌 계약금 규모로 따지면 한미약품이 다른 계약을 압도한다.
2015년 사노피와 맺은 퀀텀프로젝트 기술이전의 경우 계약 수정 이후 계약금 감소를 반영하더라도 계약금 규모는 2억400만유로(약 2650억원)에 이른다.
국내 기업의 의약품 기술수출 계약에서 계약금이 1000억원을 넘긴 적은 사노피의 퀀텀프로젝트 이외에 한미약품이 2015년 11월 얀센과 맺은 지속형 비만당뇨치료제 HM12525A가 유일하다. 한미약품이 이 계약으로 얀센으로부터 받은 계약금은 1억500만달러(약 1200억원)다.
▲ 국내 주요 기술수출 사례와 계약규모 대비 계약금 비율
전체 계약 규모에서 계약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봐도 전반적으로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이 높은 순도를 나타낸다.
얀센에 넘긴 지속형 비만당뇨치료제는 계약금(1억500만달러)이 총 계약 규모(9억1500만달러)의 11.48%에 달했다. 제넨텍과 체결한 표적항암제의 경우 계약금(8000만달러)은 총 계약 규모(9억1000만달러)의 8.79%를 차지했다. 한미약품이 일라이릴리, 사노피(계약 수정 전 기준) 등과 맺은 기술수출에서도 전체 계약 규모 대비 10% 안팎의 계약금이 책정됐다.
한미약품의 주요 기술수출 계약이 전체 계약 규모 뿐만 아니라 계약금 규모에서도 실속을 챙겼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계약금 규모의 산정 기준은 해당 기술의 상업적 가치와 함께 성공률을 기반으로 책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개발 단계의 진척도가 높을 때 계약금 비중이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SK케미칼은 사노피파스퇴르와 총 1억5500만달러 규모의 세포배양 독감백신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금(1500만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9.68%에 달했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기술이라는 이유로 계약금이 높게 책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 제넥신의 I-Mab과의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에서 계약금 비중은 2.14%에 그쳤고 지난달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앱토즈바이오사이언즈에 기술이전한 급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의 계약금은 전체 계약 규모의 2.40%에 불과했다. 두 제품 모두 임상1상시험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라 기술 도입 업체에서도 리스크를 줄이려는 장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동아에스티가 뉴로보파마슈티컬즈에 기술을 넘긴 당뇨병성신경증치료제 DA-9801의 계약금 비중도 1.11%로 낮은 수준이다. 동아에스티는 2015년 5월 미국 임상2상시험을 종료한지 2년 8개월이 지난 이후에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
기술이전 파트너를 찾는 작업이 쉽지 않아 높은 수준의 계약금을 따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동아에스티는 뉴로보의 지분 5%를 받기로 했지만 현재로서는 비상장기업이어서 가치평가가 힘들다.
다른 계약과 비교하면 동아에스티가 2016년 말 애브비바이오테크놀로지와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이 높은 순도를 보인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동아에스티는 애브비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면역항암제 '멀티K(MerTK) 저해제' 개발 및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5억2500만달러(6300억원)이며 계약금 4000만달러(약 480억원), 개발 허가 판매에 따른 마일스톤은 최대 4억8500만달러(5820억원) 규모다. 이 계약에서 계약금의 비중은 7.62%다.
후보 물질 탐색 단계에 이뤄진 기술수출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계약금 규모와 비중 모두 파격적인 조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후보물질 발굴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거래 상대방에서 이 기술의 가치와 성공률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아스트라제네카-머크, 항암제 공동개발 계약 2017년 최대규모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의 가치가 높으면서도 개발 단계가 후기로 접어들수록 계약금의 비중은 큰 편이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의 최신 보고서(IQVIA PHARMA DEALS, Review of 2017)에는 이 같은 관점이 잘 반영됐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약바이오업계 기술이전 건수는 연간 900건 전후로 집계된다. 2017년의 경우 전년보다 계약건수 자체는 소폭(2%) 감소된 반면 계약규모는 오히려 28% 늘어났다.
▲ 최근 5년간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술이전 건수(왼쪽)와 총계약규모 및 계약금 현황(출처: IQVIA Pharma Deals)
지난해 성사된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머크(MSD)의 항암제 공동개발 제휴가 포함된 덕분이다. 양사는 2017년 7월 아스트라제네카의 난소암 치료제 린파자와 3상임상 단계인 MEK 억제제 셀루메티닙의 글로벌 공동개발 및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각 사가 보유한 PD-1 항체 키트루다와 PD-L1 항체 임핀지의 린파자 병용전략을 모색하고, 셀루메티닙의 적응증을 다양한 암종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머크는 선계약금으로 16억 달러(한화 약 1조 7896억원)를 지급했다. 라이선스 옵션(7억 5000만 달러)과 향후 상업화 단계에 따라 약속된 마일스톤(61억 5000만 달러)를 전부 합칠 경우, 전체 계약규모는 85억 달러(한화 약 9조 5072억원)에 달한다. 이미 2억 1600만 달러의 연매출(2016년 기준)을 내고 있는 린파자와 3상임상까지 진전된 셀루메티닙의 가치가 반영된 결과 계약금 비중이 18.82%까지 늘었다.
지난해 중국 바이오텍 활약 두드러져…계약금 비중 20% 내외
빅딜을 성사시킨 또다른 주인공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17) 당시 암종과 관계없이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TRK 표적항암제 라로트렉티닙으로 화제를 모았던 중국의 생명과학기업 록소 온콜로지(Loxo Oncology)다.
록소는 작년 11월 바이엘과 라로트렉티닙(LOXO-101)과 LOXO-195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엘은 2개 후보군을 확보하는 대가로 지급한 선계약금 4억 달러 이외 개발단계에 따른 마일스톤 등을 합친 총 계약금은 15억 5000만 달러다. 계약금 비중이 20%를 상회한다.
라로트렉티닙은 종양 위치가 아닌 유전자변이에 따라 투여하는 신개념의 항암제다. 결장암부터 폐암, 췌장암, 갑상선암, 흑색종 등에 이르기까지 17개 암종에서 76%(50명 중 38명)의 종양반응률이 보고됐다. 이 같은 초기 임상 결과에 근거해 지난해 말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신약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올해 5월 FDA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된 뒤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2017년 글로벌 제약사들의 주요 기술수출 사례와 계약규모 대비 계약금 비율
지난해 7월 세엘진과 PD-1 항체 티스레리주맙(BGB-A317)의 공동개발 및 판매 계약을 체결한 중국의 베이진(BeiGene)도 비교적 높은 계약금을 수령했다.
세엘진은 아시아를 제외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티스레리주맙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계약금 2억 63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추가로 1억 5000만 달러의 지분투자를 감행했다. 순수 계약금 비중만 따져도 전체 계약금 대비 17.62%를 차지한다. 티스레리주맙은 비록 초기 임상 단계지만 PD-1에 대한 친화성과 특이성이 높아 다른 면역세포와의 상호작용을 최소화 한다는 차별성을 인정받고 있다.
베이진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서 BGB-A317의 혈액암 및 고형암 적응증을 개발, 판매할 수 있는 독점권을 유지하는 동시에 세엘진의 중국 사업부를 인수함으로써 아브락산, 레블리미드, 비다자 등 중국에서 허가된 세엘진 품목의 판매권한과 림프종 및 간세포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CC-122의 중국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아이큐비아 "기술 가치 평가, 전체 계약규모보다 선계약금이 유용"
물론 계약규모가 공개되지 않거나 계약조건의 특이성 때문에 계약금 비중을 따지기 쉽지 않은 사례도 있다.
가령 지난해 말 난징 레전드바이오텍과 B세포 성숙화항원(BCMA) 타깃 CAR-T 치료후보물질 LCAR-B38M의 공동개발 및 상업화 계약을 체결한 얀센 바이오텍은 계약금으로 3억 5000만 달러(한화 약 3767억원)를 지급했다. 향후 제품허가 등 개발성과가 도출될 때마다 추가비용을 지급한다고 알려졌는데,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노바티스가 아이오니스파마슈티컬즈의 계열사인 아케아테라퓨틱스와 체결했던 심혈관 치료후보물질 2건에 관한 기술이전 거래도 이례적이다.
노바티스는 각각 2상과 1상임상 단계인 AKCEA-APO(a)-LRx와 AKCEA-APOCIII-LRx 2종의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대가로 선계약금 7500만 달러를 지급했다. 전체 계약규모(16억 5500만 달러)와 비교할 때 계약금 비중이 4.53%로 낮은 편에 속하는데, 아이노니스에 대한 지분투자 1억 달러를 비롯해 근시일 내에 2억 2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큐비아는 이 보고서에서 "기술이전 계약과정에는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적응증이나 불가능한 판매목표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계약규모가 부풀려지게 마련이다. 전체 계약규모보다는 선계약금 규모가 이전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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