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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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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강경선 교수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화두다. 그만큼 세포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연구를 향한 국내 연구진의 열의가 남다른 것도 동일한 연유에서다. 그리하여 최근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강경선 교수(49) 연구팀은 성체줄기세포의 성장과 분화 조절기전을 규명, 세포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집중 조명되고 있다.


SOX2 유전자의 새로운 기능 밝혀

SOX2 유전자는 OCT4, NANOG, c-MYC 등의 유전자와 같이 배아줄기세포에서 많이 발현한다. 또한 배아줄기세포의 전분화능(pluripotency)을 유지하는 데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를 만드는 인자 중 하나로서 줄기세포에 있어서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SOX2 유전자는 신경줄기세포 (neural stem cell)를 미분화 상태로 지속하며 신경세포로의 분화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외의 성체줄기세포에서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는 마땅히 밝혀진 게 없었던 실정이다.
개체가 살아가면서 체내 조직의 세포들은 자극에 의해 손상 받거나 자극이 없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노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때, 개체가 생존하기 위해서 이렇게 손상되거나 노화된 세포는 새로운 세포로 치환되어야 한다. 이처럼 성체의 조직에는 자기 스스로 증식을 하면서 조직에는 새로운 세포를 공급, 체내 항상성을 책임지는 세포가 존재하는데 이를 ‘성체줄기세포’라고 한다.
“그동안 SOX2 유전자가 배아줄기세포뿐만 아니라 다른 줄기세포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죠. 그리하여 신경세포에서는 발달 및 분화과정과 관련해 그 역할을 규명하는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성체줄기세포에서 SOX2 유전자의 발현과 그 작용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SOX2 유전자가 배아 단계를 비롯해 성체에서도 핵심적인 위치를 가질 것이라는 의견은 꾸준히 제시되어 오긴 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은 연구진은 세계적으로 전무했다. 그러다가 최근에야 강경선 교수 연구팀에 의해 SOX2 유전자의 구체적 역할이 명확해진 것이다.
분화 조절에 주요 역할을 하는 윈트 시그널링(Wnt Signaling)에서 길항제로 작용하고 있는 DKK1 유전자가 바로 SOX2 유전자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규명해 낸 것이다. 요컨대 SOX2 유전자가 상위단계에서 분화를 관장하고 있다는 얘기. 참고로 윈트(Wnt)란 사람의 암에서 암 억제 유전자를 제외한, 제일 중요한 암 유전자를 일컫는다. 즉 SOX2 유전자가 성체줄기세포의 ‘다분화능’을 유지하는 데에 관여할 뿐 아니라, 특정 세포로 분화하는 과정도 조절함을 확인한 것이다. ‘다분화능’은 여러 가지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말하는데, 배아줄기세포가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며 이는 ‘전분화능’보다는 제한적인 상태를 말한다.

“성체줄기세포의 분화 과정에서, 전사인자인 SOX2는 윈트 시그널링(Wnt signaling) 길항제인 DKK1 유전자의 프로모터(promoter) 부위에 결합해 DKK1의 발현을 촉진합니다. 성체줄기세포의 분화는 발현된 DKK1에 의해 제어되는 것이죠.”
또한 강경선 교수 연구팀은 줄기세포 및 암세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c-MYC 유전자와 SOX2 유전자의 관계를 확인, 줄기세포 성장에 관련한 SOX2 유전자의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이치를 증명하였다. SOX2 유전자가 성체줄기세포의 기능에 지극히 필수적 요소임을, 생물학적 측면에서 밝힌 것이다.
“성체줄기세포 성장의 경우 배아줄기세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전사인자인 c-MYC이 SOX2에 의해 조절되면서 성장에 관여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는 성체줄기세포에서 SOX2가 DKK1과 c-MYC을 통해 분화 및 성장을 조절하는 두 가지 다른 역할을 규명하였다는 데에 커다란 의의가 있다. 더불어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와는 다른 SOX2 유전자의 기능을 성체줄기세포에서 밝혀냈다는 점도 가히 주목할 만하다.

 

 

 


세포치료제로서의 이론적 토대 마련

강경선 교수팀의 이번 연구로 인해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선진국에서도 성체줄기세포와 관련된 세포치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 교수팀의 논문은 성체줄기세포에서 SOX2 유전자의 역할을 배아줄기세포와는 다른 방향으로 새롭게 규명하였다 데에 의미가 깊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의 가능성을 증가시킨 까닭이다.
향후 성체줄기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이고, 성체줄기세포의 분화 유도에 대한 다양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연구진. SOX2 유전자 조절을 표적으로 하여 성체줄기세포의 증식과 분화 방법을 개발, 세포치료에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이용될 있으리라 전망된다.

“이 연구결과를 통해 우리는, 인간이나 동물의 배아줄기세포에서 이미 중요하다고 잘 알려져 있는 유전자 가운데 하나인 SOX2가 성체줄기세포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세포의 기능을 조절한다는 내용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로써 SOX2 유전자가 각 조직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같은 유전자라 할지라도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에서는 다른 방향으로 이해되어야 할 겁니다.”
강경선 교수는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 간의 차별성을 거듭 강조했다. 성체줄기세포의 성장과 분화조절은 줄기세포치료제의 활용 범위를 한층 확대, 그 효용성 제시했다는 부분에서 상당히 가치가 높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한 바이오ㆍ의료기술개발사업(줄기세포 선도연구팀 육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강경선 교수팀의 이번 성과는 지난 11월 1일, 세계 최고의 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발간하는 기초의학분야의 ‘세포 사멸과 분화(Cell Death and Differentiation)’에 온라인으로 게재되기도 하였다. 연구에 착수한 이후 1년 반 만에 이룩해 낸 자랑스러운 쾌거였다.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배양 기술 확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강경선 교수팀의 활약은 비단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제대혈 유래 만능줄기세포’ 분리 및 배양 기술을 독보적으로 확보, 올 5월 20일엔 식약청으로부터 임상시험 실시 계획을 승인 받았다. ‘폐색성 말초동맥질환으로 인한 하지 허혈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제대혈 줄기세포치료제’의 안전성 평가를 위한 것.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10여명의 환자들이 해당 치료제를 투여 받고 있는 중이다.
폐색성 말초동맥질환으로 인한 하지 허혈증은 병이 많이 진행되어 궤양이나 괴저까지 발생한 경우, 약 30%의 환자가 하지 절단을 실시해야 하는 등 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어온 질환이다. 폐색성 말초동맥질환은 동맥경화증이 있는 환자에게 주로 발생하며 다리로 가는 혈액이 감소해 운동 시 경련과 통증이 유발된다. 이는 40대 이상 특히 남자에게 많이 나타나며 60~70대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인다.

이에 따라 강경선 교수팀은 제대혈 유래 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혼신을 다해 몰두하였고 제대혈로부터 만능줄기세포 분리 및 배양법 구축, 비임상 안전성 및 약효 시험, 임상시험, 제품화를 위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5년이라는 시간을 치열하게 투자한 결과였다.

 


“제대혈 유래 만능줄기세포는 오래전부터 그 유용성이 인정돼 왔으나 분리 및 배양이 쉽지 않아 제품화하는 데에 지대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저희 연구팀이 제대혈에서 만능줄기세포를 분리하고 1조 세포개 이상 증식하는 배양법을 개발하였으니, 머지않아 상용이 현실화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실제로 강 교수팀은 이 내용을 토대로 유명 바이오업체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 준비를 완료했다. 제대혈 유래 만능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윤리적 문제에 관해서도 자유롭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태반과 탯줄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치료법이 아닐 수 없다.

이밖에도 강경선 교수팀이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총 22건. 여러 난치성 질환들을 극복하는 데에 제대혈 유래 만능줄기세포가 십분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연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는데.
“서울 소재 대학 및 기업 등 제대혈 줄기세포 컨소시엄 구축을 통한 공동 연구를 통해 각종 퇴행성뇌질환, 골격계질환, 허혈성하지질환 등의 난치 혹은 불치병 치료를 위한 세포치료제를 개발할 겁니다. 또한 다양한 제대혈 줄기세포 분화 및 증식과 같이 등 국내외 원천기술 보유를 위한 연구도 지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강경선 교수는 환자들에게 적용될 수 없는 줄기세포 연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단지 기초연구에만 머무를 게 아니라 실용화를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강경선 교수는 연구자로서는 아주 이례적인 실적을 가지고 있다. 기초연구와 중개연구, 그리고 임상연구에 이르기까지 제대혈 유래 만능줄기세포가 상용화되는 전 과정에 빠짐없이 참여한 것. 그의 남다른 열정과 집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인류에 유익하게 쓰이지 않는 연구는 살아 있는 게 아니에요. 죽은 연구죠. 앞으로도 저는 신약 개발에 힘닿는 데까지 동참할 겁니다.”

 


‘줄기세포 천사(1004) 프로젝트’에 앞장설 것

우리 정부가 내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금으로 책정한 액수는 총 1004억 원. 강경선 교수는 이를 두고 ‘줄기세포 천사(1004) 프로젝트’라 이름 붙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어쩐지 참 잘 어울리는 숫자 아닌가요? 느낌도 좋고. 그 자금이 줄기세포 연구를 하는 데에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제가 먼저 앞장서야겠지요(웃음).”
강경선 교수는 국내 종합대학 차원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2005년). 줄기세포 연구자들의 투명성을 위한 도덕적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경선 교수의 예측대로 이와 같은 시스템은 잠시 침체돼 있던 국내 줄기세포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생명과학계가 세계의 편견을 깨는 데에도 적잖이 일조했다.
강경선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세에 달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삶의 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닌 ‘어떻게 사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수명 연장을 목적으로 할 게 아니라, ‘사는 동안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주력 연구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잖아요. 늙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죠. 과학자도 막지는 못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그 방도를 강구하는 게 현명하다고 봅니다.”
강경선 교수가 Anti-aging이란 단어의 어패를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나이를 거스르기보다는 아름답게 노화될 수 있는 ‘Well-aging’형 삶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몸이 열둘이라도 모자를 만큼 줄기세포 연구에 눈코 뜰 새 없는 매일을 보내고 있는 강경선 교수. 그로 인해 불치 또는 난치라는 개념이 무색해질 수 있기를, 간절하게 염원하고 응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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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투자를 통해서 배우는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