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휩쓴 '면역항암제', 국내 제약사도 개발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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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셀이 면역세포를 이용한 항암제를 연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GC녹십자셀 |
항암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면역항암제 개발의 초석을 다진 2명의 과학자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국내 제약사도 면역항암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제약사들은 부작용이 많던 1세대 항암제를 뛰어넘어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치료제'를 개발했지만 여전히 암을 정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내 몸속에 있는 '면역세포'에 주목, 이를 이용한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부작용 많은 '화학 항암요법' 이어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치료제' 출시 = 암 환자의 목숨을 살리는 항암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죽이는 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신경독성가스에서 유도 된 ‘니트로겐머스터드’가 악성종양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1943년, 호지킨림프종 치료를 시작으로 최초의 항암제가 됐다. 이후 화학요법에 의한 암 치료가 세계대전 이후 급속히 진전됐다.
그러나 1세대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모든 세포를 공격하다 보니 정상 세포는 물론 면역 세포에까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암환자들은 탈모, 구토, 합병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1세대 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해 등장한 것이 표적항암제다. 표적항암제는 암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 및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를 건드리지 않는다. 이는 탈모, 구토와 같은 부작용이 낮고 약효가 오래 지속돼 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하지만 표적항암제에도 한계가 존재했다. 또 표적치료제 사용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암세포가 진화(내성발현)하면서 더 이상 치료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계도 있었다.
◇암 찾지 못하는 '면역시스템' 활성화…면역세포로 암 공격= 표적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외 제약사들은 내 몸속의 '면역시스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형태였지만 개발되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내 몸속의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제다. 암세포는 면역 시스템에 걸리지 않고 계속 증식하기 위해 자신을 정상 세포로 위장하기 위한 회피 물질을 만들어 낸다.
이때 면역항암제는 면역시스템이 정상세포로 위장한 암세포를 찾을 수 있도록 암세포 회피물질을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하거나 내 몸속의 '면역세포' 숫자를 늘려 암세포와 보다 더 잘 싸울 수 있도록 한다.
면역항암제는 면역시스템을 강화하는 기전이기 때문에 항암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암 종양이 약제에 적응해버리는 내성 문제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현재 암세포 회피물질을 무력화시키는 면역항암제는 BMS, MSD,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제약사들이 개발에 성공했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다양한 기전의 면역항암제 개발에 적극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역항암제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89건으로 2016년 대비 30.9% 증가했다.
유한양행은 자회사인 이뮨온시아와 여러 바이오벤처기업과 손을 잡고 면역항암제 10여 종을 개발 중이다. 동아에스티 역시 2016년 말 애브비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면역항암제 'MerTK(Mer Tyrosine Kinase) 저해제'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초 글로벌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연구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신라젠은 천연두 바이러스를 이용한 면역항암제 개발을 진행중이며, GC녹십자셀은 암세포와 싸울 준비를 마친 면역세포 숫자를 늘리고, 이를 몸속에 넣어주는 면역항암제 '이뮨셀-엘씨'를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녹십자셀은 면역세포를 꺼내 유전공학적으로 변형시키고, 이를 다시 몸 속에 넣어주는 면역세포치료제, 일명 CAT-T(키메라 항원 수용체 장착 T세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면역항암제는 항암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며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다소 개발 속도가 느리지만 국내 기업들도 면역을 이용한 항암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