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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3상 개발비 자산화 가능...제약·바이오 '희비교차'

투자를 통해서 배우는 인생 2018. 9. 21. 08:44

http://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243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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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마련한 연구개발(R&D) 비용 회계처리 기준을 두고 제약바이오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간 업계 혼란을 가중시켜 온 무형자산 처리기준이 명확해진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 후기임상 단계에 진입했거나 바이오시밀러를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보유한 기업들은 회계 불확실성에서 벗어났다. 

반면 초기 단계의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인 신약개발 업체들 사이에선 수익성 악화로 자금조달장벽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 개발비 자산화 기준 '신약3상•시밀러1상 승인' 명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9일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 따르면 신약과 바이오시밀러는 각각 3상과 1상 개시 승인을 받은 시점부터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 

제네릭은 생동성시험 계획 승인 시, 진단시약은 허가신청, 외부임상신청 등 제품 검증이 이뤄져야 연구개발비의 자산 처리가 가능하다. 약물유형별로 개발비 자산화가 가능한 단계를 별도 설정하고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임상, 임상 1~3상 후 정부 승인 신청에 이르는 개발 단계의 특성 및 성공률 등을 반영했다. 


신약의 경우 임상3상 개시 승인 이후 정부 최종 승인율이 약 50%라는 미국 통계와 장기간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3상임상을 승인받기 전까진 자산가치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이 같은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는 1상임상 승인 후 최종 승인율이 약 60%로, 연구 설계가 기존 제품과 유사성을 비교하는 방식이기에 1상 개시 승인만으로 자산화 가치가 충분하다고 봤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준보다 전 단계에서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하려면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단 기술이전(license-out) 계약을 체결한 경우 진성거래 여부, 이행가능성 등을 고려해 예외 적용될 수 있다.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수혜 예상…회계 불확실성 해소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거품논란에 시달려 온 일부 기업들의 회계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이 임상3상 단계에 진입했거나 3상 이후부터 임상비용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자체 기준을 가져 온 바이오기업이 대표적인 수혜 대상으로 지목된다. 

임상3상시험 비용을 무형자산화하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가진 바이로메드의 경우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용 162억원 중 130억원을 자산화(80.4%)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시밀러를 주요 품목으로 보유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논란에서 벗어났다. 셀트리온은 올 상반기 개발비 1307억원 중 965억원을 자산 처리했다. 자산화비중은 73.8%에 달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연구개발비 776억원 중 159억원을 자산으로 처리하면서 자산화 비중이 20.5%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의 회계감리 착수 이후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R&D 비용의 자산화 처리 기준을 변경한 업체들도 속출했다. 

메디포스트는 임상3상 이후에 발생한 지출 중 정부승인의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만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기로 자체 기준을 변경했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2억원에서 33억원으로 50% 가량 확대됐다. 오스코텍은 개발비 자산화요건 회계처리와 관련된 수정사항을 반영하면서 지난 1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3억원에서 8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던 차바이오텍의 리스크 해소가 가능하다는 일부 시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이번 지침에서 기술특례가 아닌 일반요건으로 상장한 회사라도 기술성이 있고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다면 상장유지요건 특례를 마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차바이오텍은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던 연구개발비를 비용 처리하면서 4개 사업연도 연속 적자를 기록,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신생 바이오기업, 불안감 확산…신약개발 위축 우려도

반면 파이프라인이 초기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바이오기업들은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른 업종 대비 상업화 단계 도달 기간이 길고 성공률이 낮은 생명공학기술(BT)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해 신약개발 의지를 저해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R&D 단계별 비용자산화 적용기준에 대한 반응은 업체간 차이가 컸다. 올 상반기 바이오협회가 회원사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포착됐다. 

당시 조사에서는 R&D 단계별 비용자산화 적용기준은 임상1상 개시와 임상3상 개시가 각각 21.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후 임상2상 개시(17.4%), 임상 2상 완료(8.7%), 품목허가 완료 후(8.7%), 임상3상 완료(4.3%) 순으로 나타났다. R&D 자산화 기준을 정하지 말고 기업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기타(17.4%) 의견도 있었다.

A바이오기업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기업별로 다른 해석을 적용하겠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회계처리 문제로 많이 위축된 업계 분위기를 고려할 때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내부적으로 자율적인 적용은 힘들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연구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화장품, 건기식 등 부대사업에 치중하면서 연구개발이 많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B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신약,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등 약물유형별로 자산화 기준을 달리한 건 반가운 조치다. 다만 기업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점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어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과거 신약개발 경험에 기반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음에도, 임상단계별로 통계처리된 확률로 평가받게 된다.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아 2상임상 후 즉각 상용화가 가능한 경우도 신약으로 분류돼 3상부터 자산화가 가능한 점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임상3상 정도는 진입해야 상업화 가능성이 커지지 않나. 금융당국의 이번 지침이 합리적인 기준이라 생각된다”며 “선진국에 비해 제약바이오 산업 투자규모가 적다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대규모 자금유치가 3상임상을 자산화 가능한 단계로 정하고 원활할 투자를 유도하는 편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론 개별 업체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포괄적인 관리지침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바이오협회는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즉각 회원사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부터 시가총액이 수십조원 규모에 달하는 업체에 이르기까지 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금융당국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바이오업계 중론이다. 금융당국의 지침마련을 계기로 회계처리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비용자산화 시점을 3상임상으로 한정한 점은 적절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바이오생태계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등 다른 나라들보다 완화된 비용처리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부회장은 “초기 단계 신약개발에 주력하는 스타트업이나 상장을 앞둔 바이오기업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높다. 이들은 R&D 비용의 자산화 요건이 엄격해지면서 수익성 악화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상장 퇴출 등 악순환을 우려한다”며 “R&D 비용 회계처리에서 벗어나 상장유지 및 상장폐지 후 재상장 등 포괄적인 관리지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