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개발비 회계기준·공시정보 확대'...제약바이오, 속앓이
투자를 통해서 배우는 인생
2018. 9. 3. 08:21
업계 "수악악화로 자금조달 등 어려움...기업 영업기밀 유출 등 우려"
금융당국의 연구개발(R&D) 비용 회계처리 기준 마련과 공시 정보공개 확대 방침에 제약 바이오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획일적으로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기준을 설정할 경우 수익 악화로 상장유지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약 개발 세부 내용 공개와 임상시험 중단 실패 등의 정보를 모두 공개하면 기업의 영업기밀 유출로 연구개발 의지가 꺾일지도 모른다는 볼멘소리가 제기된다.
▲금융당국, 이달 중 R&D비용 자산화 기준 마련...업계 "수악악화로 신약개발 어려움" 호소
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서 ‘제약·바이오 기업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를 열어 이달 중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관한 감독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한 산업 특성 등을 고려해 연구개발비를 어느 시점에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감독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기업의 회계처리와 외부감사업무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R&D비용을 어느 시점에 자신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 세부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임상3상시험 단계에서 사용한 연구개발비의 자산 인식을 허용하는 등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임상 2상 후', '임상 3상 후', '정부 판매승인 후' 등 어느 시점에 자산으로 인식할지 제시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R&D비용 회계처리가 글로벌 관행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회계처리에 대한 감리를 실시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오랜 기간 주로 복제약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그에 따른 회계처리 관행이 형성돼왔고 일부 기업들은 최근에 시작한 신약개발에도 과거와 동일한 회계처리 방법을 관행적으로 적용해왔을 것으로 짐작된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부터 운영 중인 감리선진화 TF 논의 결과와 함께 구체적인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감리 결과 중대․명백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히 물을 계획이지만 회계기준의 모호성 등으로 인한 회계오류에 대해서는 개선권고나 시정조치 등 간접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는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R&D비용의 회계처리 기준을 일괄적으로 강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위원장은 “R&D비용을 보수적으로 회계처리할 경우 재무상태 악화에 따른 상장 퇴출 등을 우려하는 기업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신약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 투입되는 상당규모의 자금에 대해 회계기준에 맞게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재무상황을 잘 알린 기업들이 불합리한 상장 관련 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약·바이오업계는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R&D 비용에 대해 실현 가능성 등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무형자산'으로,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비용'으로 처리토록 규정한다.
특히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수익성이 좋지 않은 바이오업체들의 경우 R&D 비용의 자산화 요건이 엄격해지면 적자 폭 확대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상장 퇴출 등의 악재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다.
코스닥 상장 기업의 경우 4년 연속 적자를 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 지정 다음해에도 적자를 기록하면 상장 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이미 상당수 바이오기업들이 금융감독의 회계감리 착수 이후 R&D 비용의 자산화 처리 기준을 변경하면서 수익이 악화했다.
메디포스트는 최근임상3상 이후에 발생한 지출 중 정부승인의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만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면서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2억원에서 33억원으로 50% 가량 확대됐다. 오스코텍은 개발비 자산화요건 회계처리와 관련된 수정사항을 반영한 결과 지난 1분기 3억원의 영업손실이 8억원으로 늘었다.
차바이오텍은 자산 처리했던 연구개발비의 비용 처리로 지난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되면서 지난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열린 간담회에서 바이오업계 측은 “업계 특성상 연구개발 단계부터 상품화가 될 때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부족한 회사는 상장유지, 자금조달 등의 이유로 연구개발비의 비용처리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주력 사업이 아니지만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 단기간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 뛰어들면서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고민도 호소한다. 실제로 강스템바이오텍, 파미셀, 메디포스트 등 줄기세포치료제 업체들은 화장품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간담회에서 바이오업계 측은 “시가총액이 높거나 연구개발비를 충당할 만큼 자기자본이 충실한 경우에는 상장을 유지해주는 것도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타트업이나 벤처의 경우 재무실적 만을 요구하기 보다는 미래가치, 기술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는 건의도 제기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함께 R&D비용의 회계처리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직 세부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와 국내 기업들의 여건을 고려해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임상중단·핵심연구인력 정보 상세 기재...업계 "기업 영업기밀 유출 등 우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밝힌 공시정보 확대 방침도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16일 2017년 제약·바이오기업의 사업보고서 점검 결과 신약개발 등 중요 정보 및 위험에 대한 공시내용이 불충분해 공시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연구부서의 조직도 등을 기재하고 있으나 핵심 연구인력 등 연구능력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공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약개발의 진행단계는 비교적 상세히 기재하고 있으나 기재방식이 정형화돼 있지 않아 회사간 비교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내 제약사들은 임상실패 및 개발 중단의 경우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실패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목했다.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임상시험 중단보고 건수는 166건으로, 같은 기간 임상시험 계획 승인 건수(2230건)의 7.4%에 불과하다는 점이 그 근거다.
신약개발 확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고려하면 상당수 제약기업이 임상중단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사업보고서 주요 항목에 대한 모범사례를 제시하면서 3분기 보고서부터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통일된 양식으로 가급적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도록 독려했다.
금감원에 제시한 모범사례 항목은 라이선스아웃 계약, 연구개발 담당조직, 연구개발비용, 연구개발 실적 등이다.
라이선스아웃 계약의 경우 계약내용 뿐만 아니라 반환의무 없는 수취금액, 계약조건, 회계처리방법, 개발 진행경과 등을 상세히 기재하도록 권고했다.


연구개발 담당조직은 조직의 구성, 각 조직별 업무내용, 인력의 구성과 특징 등에 대한 설명도 기재해야 한다. 핵심 연구인력들의 주요경력, 연구실적 등 연구개발 능력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내용도 공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 핵심인력이 수행한 논문, 연구보고서, 학술지 발표, 학술대회 주제 발표 등의 내역을 기재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개발 진행 현황과 향후계획도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금감원은 권고했다. 연구개발 과제별로 진행단계, 임상국가, 연구 시작일, 승인일 등이 공개 대상이다. 특히 금감원은 임상시험 중단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는 견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 활동에 중요한 정보를 상세하게 기재하되, 기재 양식을 통일해 어떤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 투자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모범사례를 제시했다”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임상시험 중단 계획은 상세하게 보고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나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데, 임상시험 시작 사실을 알리면서 중단이나 완료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임상시험에 시작된지 오랜 기간이 지났는데도 임상단계의 진전이 없으면 임상중단으로 의심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금감원은 기존의 사업보고서에는 공개했지만 임상 중단 이후 다음 사업보고서에서 해당 과제를 삭제하는 사례도 보고 위반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일부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강한 불만을 내비친다. 기업의 경영 활동을 상세하게 공개하면 영업기밀 등이 노출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30일 열린 간담회에서 제약바이오업계 측은 “기재항목 중 주요 계약, 핵심연구인력 등은 사실상 기업의 영업비밀에 가까운 사항이라는 점 등 국내 업계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라고 우려을 목소리를 냈다.
제약업체들은 임상시험 중단 정보 공개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은 내비치지는 않지만 내심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임상시험 중단 정보와 같은 부정적인 정보가 주가와 회사 신뢰도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의 가치와 크게 관계없는데도 마치 특정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중단이 마치 회사 존립을 위협하는 정보로 부풀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 중 일부 과제가 약효 문제가 아닌 시장 환경의 변화로 임상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이나 경쟁업체가 부정적인 정보를 확대·재생산하면서 회사 가치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견해다.
핵심 연구인력의 상세정보를 기재에 대해서도 부담이 크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핵심 연구인력의 연구성과마저 공개할 경우 회사가 비공개로 준비 중인 신약 개발 계획이 알려질 수 있고 경쟁업체로부터 인재 유출의 위협도 커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획일적으로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기준을 설정할 경우 수익 악화로 상장유지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약 개발 세부 내용 공개와 임상시험 중단 실패 등의 정보를 모두 공개하면 기업의 영업기밀 유출로 연구개발 의지가 꺾일지도 모른다는 볼멘소리가 제기된다.
▲금융당국, 이달 중 R&D비용 자산화 기준 마련...업계 "수악악화로 신약개발 어려움" 호소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한 산업 특성 등을 고려해 연구개발비를 어느 시점에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감독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기업의 회계처리와 외부감사업무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R&D비용을 어느 시점에 자신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 세부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임상3상시험 단계에서 사용한 연구개발비의 자산 인식을 허용하는 등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임상 2상 후', '임상 3상 후', '정부 판매승인 후' 등 어느 시점에 자산으로 인식할지 제시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R&D비용 회계처리가 글로벌 관행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회계처리에 대한 감리를 실시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오랜 기간 주로 복제약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그에 따른 회계처리 관행이 형성돼왔고 일부 기업들은 최근에 시작한 신약개발에도 과거와 동일한 회계처리 방법을 관행적으로 적용해왔을 것으로 짐작된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부터 운영 중인 감리선진화 TF 논의 결과와 함께 구체적인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감리 결과 중대․명백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히 물을 계획이지만 회계기준의 모호성 등으로 인한 회계오류에 대해서는 개선권고나 시정조치 등 간접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는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R&D비용의 회계처리 기준을 일괄적으로 강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위원장은 “R&D비용을 보수적으로 회계처리할 경우 재무상태 악화에 따른 상장 퇴출 등을 우려하는 기업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신약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 투입되는 상당규모의 자금에 대해 회계기준에 맞게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재무상황을 잘 알린 기업들이 불합리한 상장 관련 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약·바이오업계는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R&D 비용에 대해 실현 가능성 등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무형자산'으로,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비용'으로 처리토록 규정한다.
특히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수익성이 좋지 않은 바이오업체들의 경우 R&D 비용의 자산화 요건이 엄격해지면 적자 폭 확대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상장 퇴출 등의 악재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다.
코스닥 상장 기업의 경우 4년 연속 적자를 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 지정 다음해에도 적자를 기록하면 상장 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이미 상당수 바이오기업들이 금융감독의 회계감리 착수 이후 R&D 비용의 자산화 처리 기준을 변경하면서 수익이 악화했다.
메디포스트는 최근임상3상 이후에 발생한 지출 중 정부승인의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만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면서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2억원에서 33억원으로 50% 가량 확대됐다. 오스코텍은 개발비 자산화요건 회계처리와 관련된 수정사항을 반영한 결과 지난 1분기 3억원의 영업손실이 8억원으로 늘었다.
차바이오텍은 자산 처리했던 연구개발비의 비용 처리로 지난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되면서 지난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열린 간담회에서 바이오업계 측은 “업계 특성상 연구개발 단계부터 상품화가 될 때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부족한 회사는 상장유지, 자금조달 등의 이유로 연구개발비의 비용처리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주력 사업이 아니지만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 단기간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 뛰어들면서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고민도 호소한다. 실제로 강스템바이오텍, 파미셀, 메디포스트 등 줄기세포치료제 업체들은 화장품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간담회에서 바이오업계 측은 “시가총액이 높거나 연구개발비를 충당할 만큼 자기자본이 충실한 경우에는 상장을 유지해주는 것도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타트업이나 벤처의 경우 재무실적 만을 요구하기 보다는 미래가치, 기술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는 건의도 제기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함께 R&D비용의 회계처리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직 세부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와 국내 기업들의 여건을 고려해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임상중단·핵심연구인력 정보 상세 기재...업계 "기업 영업기밀 유출 등 우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밝힌 공시정보 확대 방침도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16일 2017년 제약·바이오기업의 사업보고서 점검 결과 신약개발 등 중요 정보 및 위험에 대한 공시내용이 불충분해 공시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연구부서의 조직도 등을 기재하고 있으나 핵심 연구인력 등 연구능력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공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약개발의 진행단계는 비교적 상세히 기재하고 있으나 기재방식이 정형화돼 있지 않아 회사간 비교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내 제약사들은 임상실패 및 개발 중단의 경우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실패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목했다.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임상시험 중단보고 건수는 166건으로, 같은 기간 임상시험 계획 승인 건수(2230건)의 7.4%에 불과하다는 점이 그 근거다.
신약개발 확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고려하면 상당수 제약기업이 임상중단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사업보고서 주요 항목에 대한 모범사례를 제시하면서 3분기 보고서부터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통일된 양식으로 가급적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도록 독려했다.
금감원에 제시한 모범사례 항목은 라이선스아웃 계약, 연구개발 담당조직, 연구개발비용, 연구개발 실적 등이다.
라이선스아웃 계약의 경우 계약내용 뿐만 아니라 반환의무 없는 수취금액, 계약조건, 회계처리방법, 개발 진행경과 등을 상세히 기재하도록 권고했다.


▲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라이선스아웃 계약 정보 공개 모범사례
연구개발 담당조직은 조직의 구성, 각 조직별 업무내용, 인력의 구성과 특징 등에 대한 설명도 기재해야 한다. 핵심 연구인력들의 주요경력, 연구실적 등 연구개발 능력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내용도 공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 핵심인력이 수행한 논문, 연구보고서, 학술지 발표, 학술대회 주제 발표 등의 내역을 기재해야 한다는 의미다.

▲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핵심 연구인력 현황 모범사례
연구개발 진행 현황과 향후계획도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금감원은 권고했다. 연구개발 과제별로 진행단계, 임상국가, 연구 시작일, 승인일 등이 공개 대상이다. 특히 금감원은 임상시험 중단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는 견해다.

▲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연구개발 진행 현황 모범사례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 활동에 중요한 정보를 상세하게 기재하되, 기재 양식을 통일해 어떤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 투자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모범사례를 제시했다”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임상시험 중단 계획은 상세하게 보고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나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데, 임상시험 시작 사실을 알리면서 중단이나 완료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임상시험에 시작된지 오랜 기간이 지났는데도 임상단계의 진전이 없으면 임상중단으로 의심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금감원은 기존의 사업보고서에는 공개했지만 임상 중단 이후 다음 사업보고서에서 해당 과제를 삭제하는 사례도 보고 위반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일부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강한 불만을 내비친다. 기업의 경영 활동을 상세하게 공개하면 영업기밀 등이 노출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30일 열린 간담회에서 제약바이오업계 측은 “기재항목 중 주요 계약, 핵심연구인력 등은 사실상 기업의 영업비밀에 가까운 사항이라는 점 등 국내 업계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라고 우려을 목소리를 냈다.
제약업체들은 임상시험 중단 정보 공개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은 내비치지는 않지만 내심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임상시험 중단 정보와 같은 부정적인 정보가 주가와 회사 신뢰도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의 가치와 크게 관계없는데도 마치 특정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중단이 마치 회사 존립을 위협하는 정보로 부풀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 중 일부 과제가 약효 문제가 아닌 시장 환경의 변화로 임상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이나 경쟁업체가 부정적인 정보를 확대·재생산하면서 회사 가치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견해다.
핵심 연구인력의 상세정보를 기재에 대해서도 부담이 크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핵심 연구인력의 연구성과마저 공개할 경우 회사가 비공개로 준비 중인 신약 개발 계획이 알려질 수 있고 경쟁업체로부터 인재 유출의 위협도 커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