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본업 있지만 바이오 진출 기업들, 엇갈리는 행보
투자를 통해서 배우는 인생
2018. 8. 31. 08:39
본업은 따로 있지만 바이오가 한창 뜨던 올 초,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선언한 회사들이 있다.
그리고 6개월쯤 지난 현재, 이들의 진출 준비상황은 제각각이다. 진척이 거의 없는 회사도 있고 하반기 중 본격화될 회사도 있으며, 그 사업모델도 다르다.
속도가 빠른 곳은 동양네트웍스. IT서비스 업체 동양네트웍스는 지난 3월 주총에서 바이오 진출을 공식화한 후 5월 30일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독일 바이오 기업 메디진을 인수한 바 있다. 메디진의 나스닥 이전 상장도 추진 중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벤처의 인수도 계속 추진하고 있으며, 9월 이후 사업 방향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동양은 임직원 30명의 바이오사업부를 꾸렸다. 총괄책임자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사업개발팀장 및 차병원 그룹을 거친 이훈모 이사와 차병원 그룹 출신 조성진 이사가 맡았다.
지난 3월 주총에서 영입하기로 의결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출신 박상진 전 부사장은 지난 7월 삼성바이오에피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 함께 영입 의결한 노재윤 박사(MD앤더슨 암센터 명예교수), 김주현 부교수(서울백병원)는 현재 등기이사로 남아 있다.
관심을 끄는 것은 동양네트웍스의 사업 모델이다. 이 회사는 직접 신약개발에 나서는 게 아니라, 메디진의 경우와 같이 지분 투자 및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사세를 확대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주주로 지분을 획득하면 그 회사와 사업에 영향력을 가질 여건이 마련되고 그 기술을 조인트벤처 설립 등의 방식으로 국내에 들여와 사업화하는 게 첫 번째 방식"이라며 "또 다른 사업 방식은 유망한 기술을 라이선스 아웃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새로 투자할 회사를 찾기 위해 국내외 벤처와 계속 접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행보는 바이오 플랫폼 기업 코디엠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많다.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 유치를 위해 과한 전환사채(CB)를 발행하거나 코디엠 계열사 출신의 김대웅 대표이사 및 코디엠 자회사 미국법인 대표 출신 이훈모 이사를 영입한 점 등이 동양의 향후 모델을 짐작케 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집중하는 파이프라인은 메디진이 개발 중인 TCR(T-Cell Receptor)-T세포 치료제. 독일에서 임상 1상을, 수지상세포 백신 치료제로 노르웨이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TCR-T 기술은 암세포 내 암특이적 단백질이 분해될 때 발현되는 주요조직 적합유전자 복합체 등을 인식하기 때문에 고형암 치료에 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동양은 기대하고 있다.
동양네트웍스 관계자는 "메디진의 면역항암제 기술과 임상 단계는 경쟁사들보다 앞서 있다"며 "국내외 시장에서 적용해볼만한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 3월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권오준 회장이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으며 진출이 공론화됐다.
당시 권 회장은 "포스텍이 연구인력도 많고 연구 성과도 많이 내고 있어 포스텍이 갖고 있는 특허에 투자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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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향후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포스코) |
바이오 분야 연구인력을 많이 갖춘 포스텍(포항공대)과 함께 바이오산업을 연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포스텍은 바이오 중에서도 의약품이 아닌, 진단 분야 진출을 공표했다.
반년 가까이 지난 현재,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팀이나 조직을 꾸리지 않았으며 장기적인 검토를 위해 직원 1명을 채용한 게 전부다.
포스코 관계자는 "장기적인 신사업으로 검토하고 있어 현재 특별히 진척된 것은 없다. 당장 뭔가 준비하기 보단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